[ 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이튿날 표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사상 초유의 서울중앙지검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된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은 있었지만 중앙지검장이 공석이었던 적은 없다. 중앙지검장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직무대행은 박승환 1차장이 맡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굵직한 사건이 몰려있어 서울고검장 등이 직무대행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법조에선 탄핵안 통과 뒤 법무부가 중앙지검장 공백을 채우기 위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야권의 압박으로 지검장을 교체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탄핵소추안 때문에 인사가 이뤄진다면 야권의 정치적 압박에 검찰이 물러서는 모양새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선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할 경우 검찰 조직의 운영과 주요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탄핵 명단에 포함된 조상원 차장 검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당한다면 어떤 검사가 자기 직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은 매일 의사결정을 해야 할 뿐 아니라 핵심 부서들이 있는 곳"이라며 "검사장, 차장, 부장을 직무정지시키면 업무의 상당부분이 마비된다"고 우려했다.
한 검찰 간부도 "직무대행으로 서울중앙지검을 운영할 수는 있어도, 결국 지검장 몫의 업무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원래 중앙지검장이 있을 때와 비교하면 업무 효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김 여사의 도이치 사건 관련 검찰 수사의 부실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이창수 중앙지검장, 최재훈 부장검사 등 압수수색 한 번 없는 부실수사로 김건희 여사님께 면죄부를 갖다 바친 공범들을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직후 추진된다는 점에서 '방탄용 탄핵'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재훈 부장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책임자라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잇달아 발의되는 검사 탄핵안이 선을 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기각을 한 전례가 있는데, 검사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5월에 안동완 검사, 8월에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7월 강백신·김영철·박사용·엄희준 검사의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장시호 위증교사 의혹으로 탄핵에 소추된 김영철 검사에 대해 공수처는 20일 무혐의 처분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실제로 추진할지는 이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25일 선고 결과에 따라 시위 등 대대적인 장외투쟁을 할만큼 민주당의 지지층이 결집한다면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안과 같이 역풍이 불 수 있는 위험성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직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것이 탄핵 소추 사유라면, 그 어떤 공무원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만약 탄핵 소추가 되더라도 법리상 탄핵이 이뤄질 수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