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자체 개발 시스템을 통해 당첨 번호를 점지해준다는 '로또 예측 사이트'가 각종 범죄의 온상지로 떠오르고 있다. 1차 범죄에 그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회원들의 기대 심리를 파고든 2차 범죄까지 성행하는 추세다.
27일 온라인 포털사이트 등에 '로또 예측 사이트'를 검색하자 다음 회차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사이트 수십 개가 나타났다. 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일정 금액을 지불한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최첨단 자체 시스템을 통해 얻은 번호들을 알려준다'라며 '이를 이용하면 직접 구매할 때보다 당첨 확률을 최소 2.5배 이상 높일 수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당첨 확률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랐는데, 당첨 확률을 3배 가까이 높여준다는 패키지의 경우 2년 구독료가 150만원 정도로 높았다. 후기 카테고리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실제 로또에 당첨됐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 사이트 고객 상담 담당자는 "그동안의 로또 당첨 번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만든 자체 시스템으로 고객들의 당첨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며 "그냥 구매하는 것보다 당첨 확률이 최소 2배 이상 높아지며 실제 우리 사이트를 통해 1등에 당첨된 사례도 여럿"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로또 예측 사이트가 홍보하는 자체 분석 시스템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남길남 서울대 통계학과 박사는 "일반적인 난수 생성 알고리즘은 과거의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는다. 그동안 자주 나온 당첨 번호라고 해도 다음 회차에서 나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만약 이들 사이트가 로또 당첨 번호가 생성되는 고유한 환경과 힘을 파악해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이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로또 예측 사이트는 '로또 1등 최대 배출' '전문 통계 지식을 기반으로 한 분석 시스템' 등의 문구를 걸고 영업 중이다. 현행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등의 광고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17건으로 2022년부터 매해 6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문제는 로또 예측 사이트가 '주식 사기' 등 또 다른 범죄의 대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또 예측 사이트에 가입한 유료 회원들이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고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상장이 예정된 주식을 사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라고 속여 10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채 검찰에 송치된 일당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로또 예측 사이트에 가입한 유료 회원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입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 사기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원하는 이들의 기대 심리를 이용해 이뤄지는 만큼 로또 예측 사이트의 유료 회원들이 이들의 적절한 범행 대상으로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로또 예측 사이트, 고수익 보장 주식 등 높은 수익을 홍보하며 현금을 요구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유의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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