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불법 방송 송출업체의 요청에 따라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에 악성 프로그램을 담아 수출한 제조업체 직원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해당 제조업체는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찰청은 제조업체 대표이사 A씨 등 5명과 해당 업체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 소재의 불법 방송 송출업체인 B사에 악성프로그램 유포 기능을 탑재한 위성방송 셋톱박스 약 24만대를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B사는 유럽권 등지에서 불법으로 유료 방송을 송출하던 업체로, 2018년 국내 제조업체에 디도스 공격 기능이 포함된 셋톱박스 제작을 요청했다. 경쟁사가 디도스 공격을 하는 것으로 의심돼 보복에 나서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국내 제조업체는 2019년 1월부터 업데이트 형태로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할 수 있는 위성방송 셋톱박스 24만대를 B사에 판매했다.
경찰이 지난 7월 인터폴을 통해 첩보를 입수하고 장비 분석에 나선 결과 기존에 제작된 셋톱박스 14만여대에는 자동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가 셋톱박스 전원을 켜는 동시에 국내 업체의 서버에 접속한 뒤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구조였다. 이후 납품한 9만8000여대는 제품 출하 시기부터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을 내장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비를 수출해 벌어들인 매출액 61억원을 범죄수익금으로 판단하고 국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이달 초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해당 자산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불법 방송 송출업체 관계자 C씨에 대해서는 지명수배를 내리는 한편,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한 국제 공조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불법적인 요소가 내재한 상품 제작을 요청할 때 유의해야 한다"며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공조해 국제적 사이버 범죄행위에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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