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만취 상태로 운전석에서 잠들었다 3m 전진…"직장 잃을 위기"
    입력 2024.11.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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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술 마시고 직접 운전하지는 않았으나 시동 걸린 차가 앞으로 가면서 화단과 부딪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차주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29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는 지난 7월29일 A씨가 겪은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A씨는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신 후 오전 4시45분쯤 대리기사를 부르고 차에 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너무 더워서 운전석으로 향해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 것 같다"며 "약 6~7분 뒤 대리기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잠들어서 받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보자의 차량이 화단을 들이받는 모습. 유튜브 '한문철TV'

그런데 약 30분 뒤 A씨의 차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전진하면서 길가에 놓인 화단 2개를 차례로 들이받아 밀었고, 약 3m를 전진한 뒤 멈췄다. 이때 A씨의 차 비상등이 약 1분간 켜졌다가 꺼지기도 했다. 사고 발생 장소는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로 알려졌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차 안에서 자고 있던 A씨를 깨워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저는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도 사고 인지를 못 한 상황에서 잠자고 있었다"며 "결국 음주 운전으로 벌금 8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무죄를 다퉜으나 패소했다"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 발생 직전 피고인의 물리적인 조작에 의해 시동이 걸려 있던 차의 기어가 주차(P) 내지 중립(N) 상태에서 주행(D) 상태로 변경돼 있었다"며 "승용차에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자동제어 시스템의 일종인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이 탑재돼 있긴 했으나 위 기능이 작동하더라도 차의 비상등이 자동으로 점등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차는 이동 개시 직후 전방에 있던 화단을 들이받고서도 바로 멈추지 않고 이를 밀어내면서 계속 전진하다가 그 앞의 다른 화단 등 장애물을 연이어 충격한 후에야 비로소 정차했다"며 "이러한 사고 발생 후 일련의 조치가 운전자인 피고인의 개입 없이 차의 자동제어 시스템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음주 운전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A씨는 "저는 주류업계 종사자로서 회사에서 대리운전과 협약을 맺어 언제든 대리기사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고, 정말 운전하지 않았다"며 "이번 패소로 인해 10년 다니던 회사를 사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충돌 방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보다 '대리 기사를 기다리다가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잠들었는데, 잠결에 뒤척이다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내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 꿈결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해라"라고 조언했다. 이어 "비상등도 왜 켜져 있는지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해라. 항소심에서 이게 받아들여질지 가능성은 반반이다. 내 의도로 조작한 게 아니고 꿈결에 그런 거라고 판단하면, 무죄가 나올 수 있으니 관련 판결을 찾아봐라"라고도 했다. 한 변호사는 또 시청자에게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대리 기사를 부른 뒤, 에어컨을 켜더라도 운전석에 앉지 말고 조수석에 앉아라"라는 조언도 함께 전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A씨를 비난했다. 이들은 '누가 봐도 죄를 지었는데 억울하다니', '잠결이든 고의든 음주운전은 음주운전이다', '화단이 아닌 사람이었더라도 무죄를 주장할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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