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저물가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45년 만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외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돌파했고, 일부 금융사의 환전 서비스는 중단되며 혼란을 겪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세를 보였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라야 조금씩 낙폭을 줄였으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국내 증시도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6시간여 만에 계엄령이 해제되며 급박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최근 잇달아 암울한 경기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L자형 장기불황' 보고서를 새삼 주목하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내수를 부양할 모멘텀이 없을 경우,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기 방향을 결정할 3대 주요 변수로 '트럼프노믹스 2.0'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글로벌 시장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경기 하강·내수 회복을 도울 확실한 모멘텀 부재'를 꼽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사이클의 하강 가능성으로 수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소비 반등 모멘텀도 찾기 어렵다. 실질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엄령 사태가 소비 심리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 혼란과 국민적 불안감 등으로 외식 등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하면서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는데 내수 부양 모멘텀마저 없는 경우에는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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