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건 다 안다. 그런데도 끊을 수 없는 게 담배다. 병 주고 약도 준다. 나라에서 독점하다시피 팔아 국고를 채우면서 또 꾸준히 금연정책을 펴고 홍보하는데도 돈을 쓴다. 아이러니하지만 필요악이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의 흡연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인식개선에 한몫하는 건 일선의 정책 덕이 크다. 서초구의 금연사업에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서초구는 휴대전화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QR코드 활용 금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발해서 과태료만 부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점, 간접흡연으로부터 비흡연자를 보호한다는 점,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한다는 점에 충실하다.
서초구는 종이로 발급되는 과태료 대상자의 흡연 위반확인서에 ‘금융교육 QR코드’를 넣었다.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흡연자가 QR코드를 통해 금연 교육을 받겠다고 간편하게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돼 과태료를 물게 된 대상자가 금연 관련 온라인 강좌를 3시간 이수하면 과태료 50%를 깎아준다. 금연클리닉 등 금연지원서비스 6개월 과정을 마치면 전액을 감면해준다.
이러한 ‘금연교육 및 지원서비스’는 2020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 도입했다. 서초구는 위반확인서 양식을 개선하고, 교육 신청 모바일 웹페이지를 자체 개발했다. 단속당한 흡연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로 접속하면 신청부터 수강, 이수증 제출까지 원스톱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했더니 도입 전 10.4%였던 교육 신청률이 4배가량 치솟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금연(흡연)구역 QR지도 안내판’도 호평을 받았다. 공공장소에는 대게 금연구역만 알리게 마련인데 서초구는 흡연구역을 따로 안내한다. QR코드로 안내판을 찍으면 반경 200m 이내의 실외 금연·흡연구역을 웹 지도로 보여준다. 흡연자의 입장도 헤아려 금연구역 내 흡연을 줄이고, 단속인력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흡연자가 많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통계를 내보니 QR안내판 도입 후 단속 건수가 25%나 줄었다. 흡연적발자 10명 중 7명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40세 미만이라는 통계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3월에는 관내 72곳의 어린이공원 경계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또한 전국 최초다. 10m는 질병관리청 연구 결과 아이들이 간접흡연의 위해를 받지 않는 거리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설의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했던 정책의 원조도 서초구였다. 서초구는 2012년 고시를 통해 이런 제한 규정을 뒀다. 이 내용이 국민건강증진법에 명시된 건 2017년 12월이 돼서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어린이집·유치원 금연구역 시설 경계가 30m로 늘어나 지난 8월 17일부터 흡연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학교 시설 경계도 30m 이내로 신설됐다.
회원 수 44만명을 보유한 맘카페 ‘강남엄마, 목동엄마’에서는 ‘흡연자들의 지옥 서초구’라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서초구의 흡연율은 11.4%로 서울시 평균 16.6%보다 크게 낮다. 전성수 서초구청장도 올 초 4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올해 흡연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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