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행정안전부가 또다시 '수장 없는 부처'가 됐다. 이상민 전 장관의 사의를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예산안 복구, 행정체제 개편 등 주요 과제들을 직무대행 체제에서 준비하게 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탄핵 심판으로 인한 저의 공백이 초래한 행안부의 업무 차질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의 사의가 수용된 뒤 첫날인 9일 행안부는 고기동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 전 장관은 행안부 내부망에 이임사를 전했다. 그는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서 탄핵소추로 인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장관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기동 차관님과 이한경 재난안전본부장님을 중심으로 한 분도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해 각자의 소임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향후 행안부 업무 추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중앙과 지방을 함께 아우르며 모든 국민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행안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견인차"라며 "기상이변과 신종 복합재난에 대한 과학적 대응 방안을 확립하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 혁명, 글로벌 갈등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전날 돌연 사퇴했다. 야당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하고 경찰을 통해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으려 했다는 혐의로 탄핵을 추진했다. 이 전 장관이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일명 '충암파'라는 점이 동조 혐의를 키웠다.
고 차관은 이날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맞이한 지금 마음이 매우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공직자는 중심을 잡고 주민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매 순간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가 '수장 공백' 상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당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전 장관은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안을 기각한 뒤 약 5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의 업무가 정지됐던 상황에서 충남 등 전국에서 수해 피해를 겪으면서 부처와 지자체의 재난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관 공백으로 인해 이 전 장관이 이임사에서 언급한 주요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5년 추진을 목표로 했던 주요 정책들은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부 산하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위원회가 지난달 전국에서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이달 중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또한 올해 안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와 행안부 안팎의 혼란으로 제대로 논의될지 미지수다. 인구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논의도 느려질 수 있다.
경찰 경비, 특활비 등 예산을 야당에서 삭감한 가운데 이를 복구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야당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경찰 특활비는 31억6000만원, 경찰국 기본경비 1억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비상계엄으로 정국이 얼어붙은 가운데 민주당은 예산 추가 삭감을 공언해 관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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