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수십명씩 나오는 로또복권…복권위 "조작 불가능"
로또복권 검증한 전문기관들도 "문제없다"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사기 속출…믿어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은 운이 겹쳐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경우에 '로또 아파트', '로또 청약' 등 로또라는 단어를 앞에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로또복권은 일확천금의 상징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로또복권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생기면 조작, 위변조 등 각종 설이 난무하게 된다.
과연 로또복권 1등 당첨은 조작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다수 나오는 것은 판매량 증가에 따라 통계적으로 가능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현재 시스템과 검증 절차를 고려하면 조작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한 회차에 수십명씩 나오는 현상은 과거와 달리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번호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고 특정 숫자 조합에 선호도가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1등 수십명씩 나오는 로또복권…복권위 "조작 불가능"
로또복권 추첨에는 프랑스의 아카니스 테크놀로지에서 만든 비너스 추첨기를 사용한다. 이 추첨기는 전 세계 40여개 복권기관에서 쓰고 있는 추첨기다. 공기혼합방식에 의한 회전 추출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다.
로또복권 조작설은 도입 초기부터 1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올 때마다 제기돼왔다.
로또복권 조작설이 가장 크게 논란이 된 회차는 지난해 3월 4일에 추첨이 된 1057회다. 이 회차에서 2등 당첨자가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664명 나왔기 때문이다.
복권위원회는 당시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로또복권 조작은 불가능하다"면서 추첨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되며 방송 전에 경찰관 및 일반인 참관 속에 추첨 기계의 정상 작동 여부 및 추첨 볼의 무게 및 크기 등을 사전 점검하고 있어 조작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로또 판매점의 복권발매 단말기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정각에 회차 마감되면서 발매 서버와 연결이 차단돼 실물 복권 인쇄가 불가능하며, 조작하려면 추첨 방송 즉시 독립적으로 차단된 4개의 시스템에 동시 접속해 자료를 위변조하고 인쇄 불능 상태의 복권 발매기에서 실물 복권을 인쇄해야 하는 등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이처럼 조작설이 끊이지 않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복권 주관사인 동행복권은 모든 추첨 과정을 공개하며 의혹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서울 MBC 신사옥에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진행했는데 이 방송에는 일반인 150명이 참관해 추첨 과정을 지켜봤다.
로또복권 추첨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라는 의혹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행복권 홍덕기 대표는 당시 공개 생방송에서 "당첨자가 많을수록 1인당 당첨금을 줄어들게 되어있다"면서 "당첨자가 많은 게 조작일까"라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로또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로 동일하다"면서 "매우 어려운 확률로 1등 당첨은 엄청난 행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 또다시 로또복권이 화제에 올랐다.
제1128회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 로또복권 발행 이후 역대 가장 많은 1등 당첨자여서 조작설이 또 불거졌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인데 문제가 된 회차에서 1억1000만건의 로또가 판매됐기에 확률적으론 13명의 당첨자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 많은 당첨자가 나오자 조작 또는 위변조됐다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급속히 퍼졌다.
이에 동행복권은 지난달 23일 MBC 신사옥에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생방송 '2024 로터리데이(Lottery Day)'를 개최해 100명의 일반인 참관단을 초청해 생방송 현장을 보여주면서 의혹 불식에 나섰다.
2002년 로또복권이 처음 나왔을 때는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금액이 커졌고 회차가 지난 뒤 이를 맞춘 구매자가 인생 역전을 할 정도로 100억원이 넘는 큰 당첨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는 점도 조작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동행복권 등에 따르면 이는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보다 높은 게임 수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최근엔 매 회차 평균 1억건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는 로또복권 도입 초기인 1~10회차 평균 판매량인 200만건보다 50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더 많은 게임이 판매되다 보니 이월 확률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당첨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정 지역에서 로또 당첨자가 많이 나온다는 설도 있다.
이는 로또복권이 확률 게임이다 보니 경기도 등 지역별 총판매액이 높은 곳에서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1조4천억원어치의 로또복권이 판매돼 전국 판매액 1위를 차지했는데 1등 당첨 건수도 142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로또복권 판매를 마감하고 35분이 지난 오후 8시 35분에 추첨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특정 번호를 당첨시키려고 추첨기를 세팅한 뒤 방송을 진행하려고 방송 시간을 지연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동행복권은 판매가 마감된 후 35분 뒤에 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공정한 추첨을 위해 시스템과 추첨 볼을 사전 점검하는 것이며 방송사의 편성 등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로또복권의 조작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과거 주택복권처럼 화살을 쏘는 추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주택복권에서는 "준비하시고 쏘세요"라고 외치고 화살이 숫자판에 꽂히면 해당 번호로 당첨을 결정하는 활쏘기 추첨 방식을 사용했다.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은 로또복권의 경우 과거 주택복권처럼 활쏘기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로또 복권은 1~45까지 번호가 45개나 되며 1개의 번호가 나오면 다음에는 이 번호가 중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번호가 중복될 때마다 그 번호를 빼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번호가 45개나 돼서 번호와 번호 사이 경계선에 맞을 확률이 높아서 오히려 더 큰 논란만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동행복권은 일각의 조작설에 대해 "추첨 볼 자석 물질, 외부에서 시스템 접속해 번호 조작, 추첨 방송 후 데이터 위조, 실물 티켓 위조 등의 많은 의문이 제기됐는데 자력은 초전도자석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화살 추첨 방식으로 바꾸자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원판에 45개 숫자를 표시하거나 중복 가능성, 화살이 경계에 맞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로또복권 검증한 전문기관들도 "문제없다"
이처럼 로또복권 조작설 논란이 커지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서울대 통계연구소 등 전문 기관에 검증을 맡겨 의혹 해소에 나섰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로또복권 시스템 및 추첨 과정을 점검했다.
점검 내용을 보면 내부 관계자가 복권시스템을 조작해 낙첨을 당첨으로 바꿔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로또복권의 서버나 네트워크, DB 접근 제어로 인가된 사용자 외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접근 이력 또한 모두 기록되고 있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접근해 낙첨을 당첨으로 변경한다고 해도 블록체인 형태의 메시지 인증 코드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변조된 로또복권 티켓은 원본과 불일치해 지급을 거절당하게 돼있었다.
실물 로또복권 티켓을 위변조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티켓에 인쇄된 티켓인증 코드가 중복되지 않은 난수로 생성되고 시스템에는 해시값으로 변경해 저장되므로 위변조해도 지급과정에서 탐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또복권 티켓의 바코드를 위조해도 위조한 바코드 정보는 시스템에서 조회가 되지 않아 지급받을 수 없었다. 로또복권은 사설 인터넷 프로토콜(IP)로 구축된 독립망이고 각 망을 방화벽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서버 접근 제어 설루션을 사용해 비인가자는 절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었다.
추첨기와 추첨 볼을 조작해 번호를 선정할 수 있다는 음모론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검증해봤다. 로또복권 추첨기와 추첨 볼은 이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창고에 보관하며, 개방 시 방송국 관계자와 수탁업자가 봉인 번호 및 훼손 여부를 상호 확인하게 돼 있었다. 또한 추첨 볼이 바람에 의해 빠르게 혼합되다가 추첨기 상단의 추출구를 통해 7개의 추첨 볼이 무작위로 추출되는 방식이므로 원하는 번호로 추첨하는 건 불가능한 구조였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온라인복권 시스템은 내외부에서 시도할 수 있는 위변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운영되고 있었고 추첨 과정도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절차대로 이행되고 있었다"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온라인복권 추첨 과정 및 시스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저해할만한 위험 요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 통계연구소도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로또 복권의 다수 당첨이 확률 및 통계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천61개의 당첨 번호를 활용해 추첨의 동등성을 검증했는데 몬테카를로 방법론(Monte Carlo method) 등을 활용해 통계적 검증한 결과, 추첨의 동등성이 위배된다고 볼 수 없었다.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429회차에서 20회 이상 구매된 번호 조합 및 회차별 구매방식(자동·수동)을 분석했더니 전체 로또복권 구매량 증가에 따라 총구매량의 1/3가량을 차지하는 수동 구매량도 늘어 다수의 1등 당첨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에서도 영국의 경우 2016년 복권 1등이 4천82명, 필리핀은 2022년 433명이나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통계연구소는 "당첨 번호 추첨이 동등한 확률로 이뤄지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검증했으며 당첨 게임 수 역시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회차별로 전체 구매 횟수, 수동 구매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당첨 게임 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사기 속출…각별히 유의해야
이처럼 로또복권은 당첨 번호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이를 악용한 사기가 적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3월에는 대법원이 로또복권에 당첨되게 해주겠다며 굿 비용으로 2억4천만원을 받은 무속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무속인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피해자에게 "로또복권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23회에 걸쳐 현금 2억4천여만원과 금 40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대전지법은 지난 3월 로또복권 번호 조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뜯어낸 40대에게 실형이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지검은 분석 프로그램으로 조합한 번호로 로또복권에 당첨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1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20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 17명으로부터 총 1억3천7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로또 분석 프로그램으로 조합한 번호를 제공하고 등급별로 1∼3등 당첨도 보장한다"며 "당첨이 되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조사 결과, 홍보한 분석 프로그램은 숫자 45개 중 무작위로 10개를 제외한 뒤 번호 6개를 임의로 뽑는 방식으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7월 로또복권 당첨 예상 번호 제공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가짜 1등 당첨 로또 사진을 올려 광고한 사업자들을 적발해 제재했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당첨 용지에는 이 회차의 1등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해당 용지는 이 회차에 판매된 적이 없는 조작된 용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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