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연말 경기침체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사회복지시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과 달리 물적·인적 기부가 모두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20일 아시아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아동 보육시설들은 기부금 감소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올 연말은 기부 물품 개수가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했다"며 "후원금 역시 급감해 현장학습 교육비와 저성장 아동을 위한 영양제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동구의 아동 보육시설 관계자 A씨는 "연말이 되면 TV를 통해 기부 독려 뉴스를 본 후원자들의 연락이 온다”며 “그러나 올해는 탄핵 정국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집중돼 있다 보니 연락 횟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기부 물품에 의존하는 복지단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 은행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연탄 은행에 기부된 연탄은 총 54만4440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102만3783장), 2021년(106만5915장)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줄었다. 허기복 연탄 은행 대표는 "탄핵 여파로 정부 기관과 국회의원들의 연탄 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기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야 후원 효과가 커지는데 우려가 몹시 크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원각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는 기업체 두 곳에서 후원 문의를 보내왔는데 올해는 연락이 없다"며 "지난해 1만4000원 하던 수입산 김치가 올해는 1만7000원으로 폭등했는데, 식자재로 쓰라며 농장주들이 보내주던 농산물량도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팀장은 "탄핵 정국이 수습되면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기부문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복지단체들은 이 시기에 잠재 기부자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새로운 방식의 기부금 모집을 시도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