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판결 결과]
대리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사가 이용자의 아이디를 영구 정지 조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제정 부장판사, 정진아·김대권 고법판사)는 5일 A 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하 이인환 변호사)가 주식회사 스마일게이트알피지를 상대로 낸 계정영구이용정지조치해제 등 사건(2024나20887)에서 스마일게이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일부승소한 원심을 유지했다.
[사실관계]
A 씨는 2018년 10월부터 스마일게이트가 제공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MMORPG) '로스트아크(Lost Ark)'의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캐릭터를 생성해 게임을 이용했다. 이 게임의 이용자는 계정 내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해 다른 이용자의 캐릭터와 협동하거나 경쟁한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이용해 세계관에 따라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중에서도 대악마 카제로스의 신하들인 6명의 악마 군단장과 전투를 벌이는 군단장 레이드는 난이도가 높아 강한 캐릭터를 육성한 숙련된 이용자들만 맡을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9월 이 게임의 세계관에서 6명의 악마 군단장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인 ‘카멘’을 사냥하는 전투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후 한 달 동안 해당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4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한 최초 10개 공격대를 선발해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등 게임 내 보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벤트 기간 중 자신의 계정을 더 숙련된 다른 이용자에게 맡겨 게임을 하는, 이른바 ‘대리게임’ 의혹이 제기됐다.
스마일게이트는 A 씨의 계정을 포함해 대리게임을 통해 이벤트를 달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적발했고, 임시 접속 제한 조치한 뒤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A 씨는 대리게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스마일게이트는 A 씨의 계정에 대해 영구 이용정지 조치했다. 게임 운영 방해를 이유로 들었다.
[양측 주장]
A 씨는 “대리게임을 한 사실이 없고, 설령 대리게임을 했더라도 이는 게임 운영 정책이나 이용약관 상 이용정지 사유가 아니므로 영구 정지 조치는 게임 서비스 이용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영구 정지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이용약관과 운영정책 및 유의사항에서 명시한 기준을 위반했고, 이벤트 규모와 중요성에 비춰 대리게임 행위는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며 “영구 정지 조치는 정당하고 지나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 판단]
1심은 A 씨가 대리게임을 했고, 규정상 ‘이벤트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곧바로 영구 정지 조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영구 정지 조치는 A 씨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제재 수준을 벗어나 이용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는 제재라 할 것”이라며 “대리게임은 이미 게임산업 내에서 문제적 행위로 지적돼 왔음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이벤트 사전 공지에 개인적 대리게임도 제재하겠다는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캐릭터 육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A 씨 역시 약 5년간 계정의 캐릭터를 육성해 게임 내 최고 레벨 수준에 도달했다”며 “그런데도 이벤트에서 부정행위를 계기로 오랜 기간 구축한 캐릭터 전부를 상실시키는 영구 정지 조치는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항소심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스마일게이트의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 의의]
A 씨를 대리한 이인환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게임 이용자가 규칙을 위반한 경우라도 약관과 운영 규칙을 넘어서는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