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사회
'생존확률 1%' 낙뢰 맞고 살아난 교사 "다들 복권 사라 했지만…"
    입력 2024.12.26 09:30
    0

[ 아시아경제 ] 지난 여름 낙뢰를 맞고 1% 미만의 확률을 뚫고 생존한 고등학교 교사 김관행 씨가 전남대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5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자신을 살린 응급의학과 전문의 조용수 전남대 교수와 함께 출연했다.

고등학교 교사 김관행 씨(오른쪽)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조용수 전남대 교수. 전남대병원 제공

김 씨는 지난 8월 5일 광주 조선대 캠퍼스에 연수를 받으러 갔다가 점심께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그는 당시 큰 천둥소리에 창문을 밖을 지켜본 사범대 조교들에게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아 7분 만에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인 김 씨의 부친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그는 "(아들이) 낙뢰를 맞은 것 같다고 연락이 온 게 12시 20분쯤"이라며 "(아들이) 심폐소생술을 20분 넘게 하는데 심장이 돌아오지 않아 언제쯤 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10분 뒤 심장이 돌아왔다고 전화가 왔다. 한시름 놓고 응급실로 갔는데, 의식이 없고 몸에 온갖 기계를 다 걸어놨더라. 폐에 물이 많이 차서 산소 공급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버티면 사는 거고, 못 버티면 죽는 거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소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승압제도 올렸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게 보였다. 살아나기만 바랐다. 내 아들이 맞나 싶을 만큼 얼굴이 부어 있고, 많이 안 좋아 보여 거기서부터 다시 답답했다"고 말했다.

40여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도 상태가 악화한 김 씨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갖춘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에크모는 혈액을 밖으로 빼 산소를 공급,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심장과 폐 기능을 밖에서 대신해주는 장치다. 에크모 치료를 주도한 조 교수는 "처음에는 상태가 몹시 안 좋았다. 심장이 멎은 시간이 너무 길어 의식도 전혀 없었고, 혈압 올리는 약을 최대한 다 썼는데도 혈압이 정상인의 절반도 유지가 안 됐다. 인공호흡기를 썼는데도 저산소증 심해 1, 2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흘간 밤낮으로 이뤄진 에크모 치료로 김 씨의 기력은 되돌아왔고, 입원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돌아왔다고 한다. 조 교수는 "사실 낙뢰 사고 생존율이 1%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낙뢰 맞고 심장 멎은 사람은 (보통) 30분 이상 심폐 소생술 안 하고 사망선고를 내린다. 저는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 씨가 혼자 이겨낸 것"이라며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환자보다 먼저 의사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낙뢰를 맞기 이틀 전부터 2주간 기억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복권을 사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미 살아남은 것 자체로 복을 다 쓴 것 같다"며 "가장 재수 없는 사람 중 재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발견, 이송 다 운이 좋았다. 트라우마로 남을 장면을 보여드렸는데 이겨내고 살려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낙뢰를 맞고 살아난 김관행 교사가 자신을 살린 전남대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tvN 방송화면

김 씨의 부친은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부터 17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닥터 헬기를 도입하는 등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힘 써왔으나, 지난 2019년 설 연휴 근무 당시 사무실에서 과로로 쓰러져 순직했다.

이에 김 씨는 지난달 전남대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며 "평소 응급의학과에 좋은 마음이 있었는데 제가 응급의학과 혜택을 볼 줄은 몰랐다. 다른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복권
    #아난
    #낙뢰
    #심장
    #확률
    #사라
    #교사
    #생각
    #그느
    #생존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회 주요뉴스
  • 1
  • '여주 관광 원년의 해' 5월 1일 블랙이글스 에어쇼 공연,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개통식
    뉴스패치
    0
  • '여주 관광 원년의 해' 5월 1일 블랙이글스 에어쇼 공연,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개통식
  • 2
  • 천막 찢기고 의자 나뒹굴고… 이번엔 강풍에 ‘제주들불축제’ 전면 취소
    서울신문
    0
  • 천막 찢기고 의자 나뒹굴고… 이번엔 강풍에 ‘제주들불축제’ 전면 취소
  • 3
  • 1163회 로또 1등 '2, 13, 15, 16, 33, 43'
    아시아경제
    0
  • 1163회 로또 1등 '2, 13, 15, 16, 33, 43'
  • 4
  • 김수현 측, 故김새론 모친에 만남 요청…“생각 다른 부분 있다”
    서울신문
    1
  • 김수현 측, 故김새론 모친에 만남 요청…“생각 다른 부분 있다”
  • 5
  • 서울문화관광해설사’양성교육 대상 30명 모집
    Tour Korea
    0
  • 서울문화관광해설사’양성교육 대상 30명 모집
  • 6
  • “새론이는 거짓말한 적 없다”…고 김새론 모친 입장 밝혀
    서울신문
    31
  • “새론이는 거짓말한 적 없다”…고 김새론 모친 입장 밝혀
  • 7
  • 특별한 시민,빛나는 도시!남산서울타워에서 화성특례시 출범을 알리다
    뉴스패치
    0
  • 특별한 시민,빛나는 도시!남산서울타워에서 화성특례시 출범을 알리다
  • 8
  • 동대문구, AI 교육 통해 행정 효율 높인다
    아시아경제
    0
  • 동대문구, AI 교육 통해 행정 효율 높인다
  • 9
  • 포천시 "오폭사고 피해 이동면 주민도 재난기본소득 50만원 지원"
    아시아경제
    0
  • 포천시 "오폭사고 피해 이동면 주민도 재난기본소득 50만원 지원"
  • 10
  • 서울시의회, ’서울시, 홍보대사 성과 의무평가‘ 본회의 가결
    Tour Korea
    0
  • 서울시의회, ’서울시, 홍보대사 성과 의무평가‘ 본회의 가결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