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새내기 경찰관의 눈썰미로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70대 치매 노인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낸 사연이 알려졌다.
31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소속 조혜신 순경이 지난달 16일 오전 6시30분께 밤샘 야간 근무를 아치고 퇴근길에 치매 노인을 집으로 무사히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당시 상황이 담긴 버스 블랙박스 영상 등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조 순경은 퇴근길 버스에서 평소처럼 자주 앉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조 순경은 차창 밖으로 왕복 8차선 도로변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걸음이 힘에 부치는 듯 도로 안전봉을 잡고 숨을 돌리는 듯하더니 이내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로 위태롭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노인을 보다 야간 근무 중 받았던 무전을 떠올렸다. 전날 오후 6시30분께 접수된 "치매 증세가 있는 남편 A씨(78)와 함께 마트에 왔는데 물건을 고르는 사이 남편이 사라졌다"는 실종 신고 내용이었다.
당시 경찰은 최단 시간 내 충동 지령인 '코드 1'을 발령하고 마트 주변 수색과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조 순경도 수색에 동참했지만 이튿날 새벽까지도 A씨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퇴근하고 있던 조 순경 눈에 A씨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노인이 눈에 띈 것이다. 그는 그 노인이 A씨가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고자 곧바로 지구대에 연락해 A씨 인상착의를 다시 확인받았다. 아울러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뒤 주저 없이 노인에게 다가가 A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도 쪽으로 오게 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그를 보호했다.
덕분에 A씨는 별다른 신체 이상 증세 없이 실종 12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씨 부인은 경찰에 "남편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뻔했는데 퇴근 후에도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도움을 준 경찰관 덕분에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조 순경은 "'최고가 아니더라도 일 인분을 하는 경찰이 되자'는 게 가치관"이라며 "버스를 타고 가다가 A씨를 발견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A씨를 만났다. 할아버지가 실종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경찰관이 아니었어도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