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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해 못하고 보내", "엄마, 나 이제 고3" …참사 유가족 손편지
    입력 2025.01.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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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공항청사 계단에는 유가족들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유가족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메시지를 본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손바닥 남짓한 포스트잇 종이에도 유가족의 그리움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유가족은 동생에게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라는 뒤늦은 진심을 눌러 담았다. 그 옆에는 '여보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아들로 보이는 한 유족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한 글자 한 글자에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어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로 끝을 맺었다. 그 옆에는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는 손편지도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의 위로 메시지도 가득했다. 계단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등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 같은 무안공항의 '추모의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고 큰 슬픔을 겪었던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세우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이 대표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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