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심야에 일면식 없는 1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살인, 살인예비 등 혐의로 기소된 박대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20년간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박대성은 지난해 9월26일 0시44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당시 18세 여성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 없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신발을 신지 않고 범행 도구인 흉기를 그대로 소지한 채, 여주인이 운영하는 주점이나 노래방을 찾아 추가로 살인을 예비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수사 단계에서 박대성의 신상과 머그샷을 공개했다.

1심 재판부는 "집안의 외동딸이자 사회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던 피해자는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숨졌다"며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공포심과 무력감은 말로 설명이 어렵고, 유가족도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 결과가 중대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이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충격·공포·불안감을 느끼게 하고도, 수사관의 질문에 웃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도 없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대성은 살인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으나, 사건 이후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살인 예비 혐의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 예비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증거 조사 결과 박대성은 살인 사건 이후 1시간가량 거리를 배회했고, 범행에 쓴 흉기를 허리춤에 숨긴 채 술집을 방문해 주문한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뛰쳐나갔으며, 또 노래방에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술집과 노래방이) 늦은 시간에도 영업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 등으로 미뤄 자신과 관계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에도 추가 살인이 용이한 대상을 물색한 것"이라며 "다른 손님이 있는 등 우연한 사정으로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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