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로는 뭐가 있을까.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인 칼국수는 한 그릇에 평균 9300원이 넘고, 냉면은 1만2000원에 달한다. 복날 대표 음식인 삼계탕은 1만7000원이 넘어 '금계탕'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1만원으로는 비빔밥도 못 사 먹는다. 서울에서 비빔밥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1200원 수준이다. 그나마 부담 없이 한 끼 때울 수 있는 김밥은 한 줄 가격이 평균 3500원으로 조사됐지만, 일부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에서는 가장 저렴한 게 4000원 이상부터 시작한다.
이처럼 국민이 주로 찾는 외식 메뉴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런치 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치 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이 증가한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주요 외식 요리 8종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기준 평균 4% 올랐다.
김밥은 3323원에서 3500원으로 5.3%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자장면은 7069원에서 7423원으로, 비빔밥은 1만654원에서 1만1192원으로 올랐다. 냉면은 1만1385원에서 1만1923원, 칼국수는 9038원에서 9385원으로 올랐으며 이외 삼겹살(200g 환산·1만9,429원→2만83원), 삼계탕(1만6846원→1만7629원), 김치찌개 백반(8000원→8192원) 등도 줄줄이 올랐다.
외식 물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117.38)보다 3.1%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년(6.0%)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3%)보다 높은 것이다. 외식 물가지수는 2022년 7.7%, 2023년 6.0% 각각 오른 데 이어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런치 플레이션은 주요 식재료 가격 상승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5.9%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의 2배를 웃돈다. 과일은 16.9%, 채소와 곡물은 각각 8.1%, 3.3% 상승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기조 속에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쳐 주요 수입 식재료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런치 플레이션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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