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야권의 탄핵 압박과 권한 축소로 주요 수사가 멈추고, 기소청 전락 우려까지 더해지며 검찰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검찰 무력화 조짐에 여러 간부들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수당 삭감과 불안정한 미래에 젊은 검사들마저 떠나며 ‘검찰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검사장급인 구상엽(51·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법무실장과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을 구속기소한 장대규(45·37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금융조사2부장검사,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을 수사 중이던 한연규(48·37기) 전주지검 형사3부장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과외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일명 ‘정유정 사건’을 지휘한 송영인(47·35기)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검사, 가습기 살균제가 저독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거짓·과장 광고한 혐의로 SK디스커버리(구 SK케미칼)와 당시 대표였던 홍지호 대표를 재판에 넘긴 손정현(48·34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검사도 사직했다.
김정진(53·32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구속기소 했던 조주연(53·33기)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 야권의 검사 탄핵 남발과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검사 이탈’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친윤(친 윤석열), 친한(친 한동훈)계 검사들이 먼저 조직을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호떡집에 불이 났는데 계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검찰 조직이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것”이라며 “친윤이니 친한이니 하는 계파도 조직이 막강한 권력을 가질 때나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요한 수사는 공수처·경찰에 가 있고, 주요 지검에 있는 사건들도 멈춘 상태다. 조직의 위상이 떨어진데다 줄지 않는 업무량과 생계 걱정에 대탈출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평검사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법률신문 취재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을 수사했던 송윤상(41·변호사시험2회) 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송 검사 외에도 저연차 검사와 중기수 검사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기수가 낮은 평검사들은 업무 적응의 어려움과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사직서를 내고 있다. 중기수 평검사들은 좋은 조건의 영입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되며 줄어든 수당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져 현실적인 이유로 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빈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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