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네트워크 로펌이 블랙홀처럼 사건을 빨아당기면서 지방 법조시장은 매달 체감이 될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하는 근본적 원인인 무분별한 광고 행위를 근절하겠습니다.”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63·군법무관 7회)는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변호사는 양측 선거인단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지난 13일 금태섭 변호사(58·사법연수원 24기)와의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 변호사는 현행 법조시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네트워크 로펌’을 꼽았다. 몇몇 법인이 온라인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많게는 클릭 한 건당 1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키워드 광고를 독점하며 법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수십 개의 분사무소를 개설하고, 전관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변호인단을 내세워 사건을 빨아당기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롭게 개업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들은 네트워크 로펌이 지출하는 광고비 액수 앞에 좌절하며 매달 내야 하는 고정비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며 ‘광고비 상한제’ 도입을 예고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광고비 지출에 상한선을 설정해 네트워크 로펌의 무분별한 광고비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해 광고 시장의 질서도 바로잡겠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법률보험을 활성화해 법률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독일 법률시장의 규모(40조원)는 한국 법률시장(8조원)의 5배다. 독일 법률시장이 크게 확대된 요인으로 법률보험이 꼽히는데, 자동차보험이나 상해보험 등 기존 보험 상품에 법률 비용까지 보장하는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국민들은 소송 등 분쟁 해결로 인한 고통 비용을 줄이고, 변호사는 더 많은 사건과 높은 수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로스쿨 통폐합과 결원 보충제 폐지 등을 통해 변호사 수도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리걸테크와 관련해선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 등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회원들을 무분별하게 징계한 기존 변협 집행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다 변호사 시장을 잠식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때 변협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회원들을 징계하는 방식은 회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변협의 기능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법률서비스와 관련해선 “한계에 도달한 송무 및 자문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안 후보는 “최근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같은 행위는 정치의 영역을 넘어 헌정질서를 무너트린 것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도 “사법부는 정치적 갈등을 중재하거나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법률적 분쟁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협은 법치주의의 수호자이자 국민의 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정치와 사법의 균형을 회복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e is…
-연세대학교 법학 학·석·박사 졸업
-군법무관 7회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
-대한변협 감사
-대한변협 총회 부의장
-법무법인 한중 대표변호사
-한국미래변호사회 회장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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