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부 대형 마트 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배지를 부착한 채 근무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들의 얼굴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등 '신상 털기'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트노조는 '온라인 괴롭힘'이 이어지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탄핵'이라고 적힌 둥근 배지를 근무복에 부착한 채 일하는 '배지 시위'에 나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 마트에 항의 전화를 하도록 요청하거나 항의 전화를 했음을 인증하는 등의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관련된 직원들을 다 자르기 전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며 "항의 전화도 계속해서 관련 직원들을 언제 해고하느냐고 계속 따져야겠다"고 썼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배지를 착용한 마트 노동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고, 매장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등 이른바 '좌표 찍기'에 나섰다. 한 매장에서는 '부정선거' 망토를 걸친 윤 대통령 지지자가 돌아다니며 직접 배지를 착용한 노동자를 색출하려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준경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노조 간부의 신상정보를 캐낸 뒤 매장 고객센터에 전화해 '이곳에 근무하는 것이 맞느냐'는 식으로 물어봤다는 제보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며 "좌표 찍기 같은 온라인 괴롭힘이 끊이지 않아 많은 조합원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사측은 배지 시위에 동참한 이들에게 '사내에서 정치 활동을 중단해달라', '유니폼에 불필요한 부착물을 붙이고 근무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 노동자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같은 행동에 나선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에도 마트노조는 이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배지를 달아 사측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편 마트노조는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괴롭힘에 동참한 성명불상의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