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인 가족이 호주 여행 중 현지 10대 소녀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월께 50대 여성 A씨와 남편, 대학생 아들딸은 시누이 가족이 사는 호주 시드니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인종차별을 당한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 A씨 가족은 시드니의 유명 관광지에 들렀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던 중 호주의 10대 소녀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문제의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소란을 피우다 냄새가 나는 스프레이를 A씨 가족에게 분사했다.
당황한 A씨는 영어로 "뭐 하고 있는 거냐"고 항의했다. A씨의 항의에 오히려 이들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도 해당 행위를 이어나갔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계속 저희 쪽을 향해서 뿌렸다"라고 A씨는 말했다. 해당 장면을 목격한 버스 기사는 소녀들에게 다가가 "옛날에도 너희 이랬다"며, "버스에서 당장 내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소녀들은 버스 기사에게도 욕설하면서 "우리가 왜 내려야 하냐"고 말했다. 이에 버스 기사는 "너희들이 내리기 전까지 난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경찰도 부를 거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실제 버스 기사는 출입문을 열더니 1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정차했다. 소녀들은 하차한 뒤에도 A씨 가족을 향해 침을 뱉는 등 욕설을 내뱉었다. 아울러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조롱했다. 버스 기사는 A씨 가족에게 "다 녹화됐으니까 자료가 필요하면 연락 달라. 도와주겠다"라고 말했다. 버스 기사의 친절에 A씨는 "시누이 가족이 호주에 살고 있지만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버스 기사의 도움 덕분에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우리가 외국인이자 한국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표적이 된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A씨의 사연을 보도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반장' 측은 또 다른 제보자의 사연도 전했다. 제보자 B씨는 자신도 같은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며, 당시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을 보면, 앞서 A씨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었던 10대 소녀들이 B씨에게도 A씨에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은 버스 기사의 대처를 칭찬하면서도 호주의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호주에서 인종 차별은 심각한 범죄다. 반드시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호주 빅토리아주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703명 중의 76.2%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인종차별 피해자 중 3분의 2는 최근 1년간 한 차례 이상 차별을 겪었으며 4분의 1은 빈번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해 호주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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