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주한중국대사관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부정선거 개입설'에 대해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개입설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해 왔다.
대사관은 8일 연합뉴스에 보낸 대사관 명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왔다"면서 "우리는 말하는 대로 행동하며 이에 대해 당당하게 생각한다. 한국 국민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국대사관은 최근 확산하는 '혐중(嫌中) 정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혐중 정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시진핑 아웃",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CCP(중국공산당) 아웃'이라는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사관은 "많은 국민들이 상대국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고, 여행하고 있다"며 "한국 측이 재한 중국 국민들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중국은 한국이 안전, 발전, 번영을 유지하길 바란다"며 "이는 한국 측에 대한 소중한 정치적 지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대사관은 지난달 4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올린 공지에서 "한국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재한외국인은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며 "위반하면 강제 추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사관은 "최근 한국에서 여러 곳에서 시위 등 정치집회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과 방한 관광객은 집회 인원이 밀집된 장소와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공지했다. 또 "공개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발표하지 말라"며 "집회로 인한 교통 통제에 주의를 기울여 안전을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은 다음날에도 다시 공지를 올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여러 차례 한국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대사관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민들에게 한국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개인 안전에 유의할 것을 지속해서 당부하고 있다"고 거듭 알렸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며 선거 개입설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를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