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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MZ순경]"시민과 경찰 모두 누군가의 가족"...집회 평화 지키는 81기동대 막내
    입력 2025.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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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 5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정문 앞, 체감온도 영하 18.7도.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8기동단 81기동대 소속 김민주 경장(31)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국회 앞을 지키고 있었다. 형광 점퍼 안에 옷을 껴입고, 목 워머를 코까지 올린 채 근무를 시작했다. 하루 12시간의 고된 기동대 근무시간에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기동대는 집회 현장에 배치돼 시민들과의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 김 경장은 그때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김 경장은 “요즘 보수 집회에서 고령층 참가자에게 폭언을 들을 때가 많다. 자식처럼 ‘어머니, 아버지 왜 그러세요’라며 다가가 진정하시라고 말한다. 그러면 의외로 잘 협조해주신다”며 “나도 우리 엄마의 딸인데, 당신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일 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기 때문에 항상 가족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81기동대 김민주 경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근무를 서기 위해 방한장구를 착용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시민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잖아요.”

81기동대의 주요 근무지는 광화문 일대, 여의도 국회의사당, 용산 대통령실 등이다. 김 경장은 집회 현장에서 채증 업무를 담당한다. 집회 현장에서 불법 행위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생생하게 촬영해 수사 목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다. 집회에서 경찰의 채증 카메라 표적이 될 때가 많다. 김 경장은 “제가 팀에서 채증 카메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찍지 말라고 카메라를 끌어당기거나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집회를 차단한다고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 경장은 “경찰의 역할은 집회를 억압하거나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안전을 위한 질서유지를 목표로 공존하는 것”이라며 “지금껏 국민들이 어렵게 만들어온 평화로운 집회 문화가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과 대치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지만 때로는 그들이 작은 응원과 위로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김 경장은 “경복궁 낙서 사건 때 모방범죄에 대비해 새벽에 혼자 담벼락을 지키고 있었다. 방한용품을 착용하고 나왔는데도 정말로 추웠다”며 “제가 떨면서 근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떤 시민 한 분이 편의점에서 핫팩과 따뜻한 커피를 사와 손에 꼭 쥐여주시면서 ‘고생이 많다’고 한마디 해주셨다. 이럴 때 경찰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회상했다.

81기동대 김민주 경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대기중인 버스안에서 휴식하며 근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몸과 마음 다치는 일이 빈번…집회 소음이 환청처럼

기동대는 집회 현장에 가장 가까이에 배치된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차도에 서 있기도 하는데 가끔 위험한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김 경장은 “튼튼해 보였던 질서유지선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격앙되면 경찰이 밀리다가 차에 치일 수 있다. 실제로 버스에 치인 동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집회가 격양되면 경찰도 공포를 느낀다. 김 경장은 최근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언급하면서 “삼각지역 근처에서 불법적으로 도로 점거하려 해서 제지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대가 샌드위치처럼 둘러싸이는 일이 있었다”며 “사방에서 저희를 밀어붙이니까 들고 있는 방패가 저를 짓눌러서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캡사이신, 삼단봉 등을 휴대하고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막는다”며 “폭력 집회 상황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다치는 순간을 보면 참기가 어려운 순간이 많다”고 한탄했다.

집회 소음이 퇴근 후에도 귓가에 맴돌 때가 있다. 김 경장은 “근무 뒤 집에 도착하면 욕설 섞인 소음이 환청처럼 들린다”며 “동료들도 인격적인 모독, 감정 노동에 트라우마를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미니어처를 만들기이다. 김 경장은 “집회 소음으로 귀가 아프고 지치면 집에서 조용하게 미니어처를 만든다”고 웃어 보였다.

81기동대 김민주 경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대기중인 버스안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침착하게 상황을 넓게 보라”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

좋은 선배들의 가르침은 기동대 생활에 있어서 큰 지지대가 되고 있다. 김 경장은 “초임 시절 열정이 앞서 뛰어다녔는데, 선배님이 뛰지 말라고 했다”며 “경찰이 성급하게 행동하면 주변 시민들이 이유도 모르고 불안해하니 침착하게 상황을 넓게 보라는 선배의 말을 항상 새기고 있다. 집회에서도 항상 차분한 태도로 집회 참가자들의 흥분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오늘도 무탈하게”라는 말은 김 경장이 부적처럼 간직하고 있는 문장이다.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선배에게 들었던 말이다. 김 경장은 “항상 위험한 현장에서 하루를 무탈하게 보낸다는 것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 있는 경찰들 모두가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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