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동대, 일주일에 2~3번 서울로 차출… 지역 치안 공백 우려
12·3 비상계엄 이후 대규모 탄핵 찬성·반대 집회 통제 지원을 이유로 지방 소재 기동대가 서울로 차출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역의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회·시위, 경호, 경비 외에도 일반 경찰의 치안 업무를 보조하던 기동대 인력들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치안 업무를 맡을 사람이 줄어서다.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탄핵 찬반 집회가 잇따르면서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등 중요기관 인근 집회나 행진 등을 중심으로 한정된 경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서울신문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기동대 소속 경찰관의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84.5시간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평균 21시간은 초과근무를 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17개 시도경찰청 중 총 10곳이 월평균 초과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겼다. 경북경찰청은 113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광주(106시간), 전북(102시간), 세종(100시간) 등도 한 달간 평균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다.
평소에도 치안 수요가 많은 서울경찰청은 65개 기동대(약 3900명)로 경력이 가장 많고, 지방에는 기동대 80개(약 4800명)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남동 대통령 관저, 헌재 등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가 잇따르며 지방의 기동대가 서울로 파견되기 시작했다.
지방 소재 기동대 중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으로 차출된 기동대(중복 포함)는 398개(약 2만 3880명) 부대였는데, 1월엔 514개(약 3만 840명) 부대로 늘었다.
일주일에 2~3번씩 왕복 10시간을 이동해 서울로 오는 경찰도 있다. 대구 기동대 소속 경찰은 “새벽 4~5시에 집결해 광화문이나 서부지법에 갔다 돌아오면 진이 다 빠진다”면서 “이젠 서울이 아닌 지역에도 큰 집회가 열린다는데 돌발 상황이 터지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8일 동대구역 인근에서는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5만 2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이 집회에는 4개 기동대(약 240명)만 배치됐다.
문제는 지방 기동대의 서울 차출이 장기화하면 지역의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동대는 집회·시위에 동원되지 않으면 순찰 등 범죄 예방 활동이나 지역 안전 관리 활동을 담당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동대는 기본적으로 기존 지구대·파출소 직원을 빼서 만든 것”이라며 “차출 장기화로 일선에서의 인력 수급이 더 어려워지면 기본적인 순찰 업무에도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초과 근무가 갈수록 늘면서 경찰청은 최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상한(월 최대 134시간)도 한시적으로 없앴다. 기동대원이 받을 수 있는 월 최대 초과근무 시간을 넘기면 휴가로 소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엄 사태 초기에는 기동대 대원들을 상대로 강제 휴가 소진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방청 소속의 한 경찰관은 “기동대 초과근무 제한을 풀어서 내근 근무자들의 초과근무 상한이 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었다”며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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