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 중구는 동쪽으로 동대문, 광희문, 서쪽으론 덕수궁과 경희궁, 숭례문, 남쪽 남산 정상, 북쪽은 청계천이 경계인 지역이다. 도심의 호텔, 백화점이 몰려있고 예로부터 큰 시장이 발달했다. 대기업 본사도 즐비하다.
우리가 도심이라고 말하는 곳이 중구지만 개발이 더디고 낙후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58)은 “뉴욕에는 맨해튼이 떠오르듯 서울하면 중구, 명동, 을지로가 떠올라야 한다”며 “이제 그 위상을 다시 찾겠다”고 했다.
중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구청장은 “어린 시절 서울에서 중구가 차지하는 위치와 지금이 다르다”며 “구청장이 되고 중구의 모습을 돌아볼 때 자존심이 상할 정도였다”고 했다.
중구가 특별해야 한다는 건 그가 자란 곳이라서가 아니다. 김 구청장은 “명동은 외국 관광객의 78%가 공항에서 곧장 이동해 한국 관광을 시작하는 상징 같은 장소”라면서 “그런데 그 인프라가 세계 유수 도시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동은 ‘유니크’ 한 공간이지만 그걸 잘 살리고 있는지, 서울이, 바로 중구가 그 잠재력을 실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청장 취임 후 32개월 동안 그가 추진한 정책의 한 축도 이런 방향과 연결된다. 10년 장기 프로젝트인 명동스퀘어, ‘힙당동’(힙한 신당동)과 중앙시장,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남산자락숲길을 연결하는 로컬 관광코스 개발, 덕수궁 등 주요 관광지와 맛집, 카페, 전시·체험 시설을 무료입장하거나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투어패스 사업 등은 중구를 글로벌 관광 1번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정책이다.
그는 지난해 시작해 10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명동스퀘어 사업을 통해 '명동의 밤'을 바꿔놓겠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명동스퀘어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명성을 능가하는 압도감과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세계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3년까지 명동 대로에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것과 같은 초대형 LED 전광판과 거리 미디어 기기 수십 개가 설치된다. 여기서 매년 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만들면 그중 일부를 명동에 재투자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남대문시장 등 50여 곳에 이르는 중구의 전통시장과 ‘힙지로’(힙한 을지로), ‘힙당동’ 등 골목형 상점가도 즐길거리와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남산’을 독보적인 도시 자산이자 서울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구청장은 “글로벌 도시 중에 남산같이 우수한 자연환경을 품은 곳은 드물다”며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이 다양한 루트로 편안하게 올라가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주요 상권을 연결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개통한 남산자락숲길을 중구 15개 동, 50개 코스에서 오를 수 있도록 기획한 것도 이런 계획의 연장선이다.
구청장 임기 전반기 가장 큰 성과로 꼽는 남산 고도제한 완화와 구청이 중재자로 나서 속도를 높인 신당10구역, 중림동 398번지 재개발과 약수역 인근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등도 일자리가 있는 도심의 질서 있는 개발을 통해 도심을 사람 사는 공간,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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