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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감정노동자 정신건강 ‘인공지능’으로 살핀다
    입력 2025.02.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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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근로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 상태를 자동 측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KAIST는 전산학부 이의진 교수 연구팀이 중앙대 박은지 교수팀·미국 애크런대 제임스 디펜도프 교수팀과 다학제 연구팀을 구성, 근로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 추정해 정신·신체적 질병을 예방할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왼쪽부터) 이의진 교수, 이두리 박사과정, 박은지 교수, 한윤조 석사. KAIST 제공

상담원과 은행원 등 감정노동이 필수인 직무 근로자는 실제 느끼는 감정(싫음)과 다른 감정(좋음)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이런 감정적 작업 부하에 장시간 노출된 근로자는 정신·심리적 문제를 겪는 것 외에도 심혈관계, 소화기계 질환 등 신체적 질병을 앓을 수 있다.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살펴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한 배경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근로자가 느끼는 감정적 작업 부하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87%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설문이나 인터뷰 등 주관적 자기 보고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지능으로 근로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 근로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시스템은 콜센터 뿐 아니라 고객 응대가 필요한 다양한 직종에 적용될 수 있어 감정 노동자의 장기적인 정신건강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본다.

그간의 연구는 대개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서류 업무를 보는 직장인의 인지적 작업 부하(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를 다루는 데 집중됐다. 이들 외에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 노동자의 작업 부하를 추정하는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감정 노동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는 고용주로부터 요구되는 정서 표현 규칙과 관련이 깊다. 특히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제한 채 친절한 응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근로자의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이들 노동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기존 ‘감정-탐지’ 인공지능 모델도 표정이나 목소리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해 온 탓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친절한 응대를 강요받는 감정 노동자의 내적·감정적 작업 부하를 측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감정적 작업 부하의 개념과 데이터 수집 시나리오. KAIST 제공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현업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객 상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한 고품질 상담 시나리오 데이터셋을 구축해 감정 노동자의 내적·감정적 작업 부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콜센터 고객 응대 시나리오를 개발해 31명의 상담사로부터 음성, 행동, 생체신호 등 다중 모달 센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고객과 상담사의 음성 데이터로부터 총 176개의 음성특징을 추출했다.

음성 신호처리를 통한 시간, 주파수, 음조 등 다양한 종류의 음성 특징과 정서 표현 규칙에 따른 상담사의 억제된 감정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생체신호 특징을 추출해 감정 노동자의 내적·감정적 작업 부하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마련한 것이다. 단 대화 내용은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이어 연구팀은 피부의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피부 전도도(EDA) 특징 13개와 뇌의 전기적 활성도를 측정하는 뇌파(EEG) 특징 20개, 심전도(ECG) 특징 7개 등 전체 228개의 특징을 추출한 후 9종의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켜 성능을 비교하는 평가를 수행했다.

이 결과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은 상담사가 감정적 작업 부하를 겪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정확도 87%)했다.

이의진 교수는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감정노동의 직무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발된 기술을 감정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연계해 실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ICT융합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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