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조기에 선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임상에서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향후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 없이도 저렴한 비용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 질환 예방 및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폐 속 암세포가 유발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날숨으로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를 통해 얻은 센싱 데이터로 폐암 환자를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ETRI가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날숨 샘플링부 ▲날숨 감지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내뱉는 날숨만으로도 간단하게 폐암을 선별 검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은 후 날숨을 담은 테프론 기반의 봉투와 탄소흡착 튜브 막대기를 연결하면 호흡 중 배출되는 각종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붙는다. 이때 막대기를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집어넣어 시스템을 구동하면 호기(呼氣)가스의 구성성분과 탄소튜브 막대기에 붙은 호기 내 VOCs 양에 따라 내장된 20종의 멀티모달 센서 어레이로 전기 신호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AI 딥러닝 알고리즘에 반영해 학습 및 분석하면 폐암 발병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과 10여 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얻었다. 또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 시료 날숨을 채취해 표준기기와 가스 센서로 분석한 후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을 AI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에 적용했을 때 95% 이상의 선별검사 정확도를 나타냈다.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해 폐암 환자 선별검사 및 조기진단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은 기존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의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폐암 조기진단 기술로도 평가받는다.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에는 폐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본다.
ETRI는 향후 의료기기 업체에 관련 기술을 이전 및 출자해 상용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날숨을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치료·생존율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는 “ETRI와의 공동연구로 저렴하고 편리하게 폐암 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돼 의미 깊다”며 “앞으로 임상 규모를 확대해 시스템 재현성 및 신뢰성을 개선하고, 빅데이터 적용 등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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