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에서 자살유가족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당사자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은진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자살유족협회가 설립되었는데 자살유족단체를 적극 지원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인적·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 마음투자사업은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마음투자사업이 국민들의 정신상담의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자살 고위험군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적극적인 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본인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주민센터를 찾아가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심리상담만으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해결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자살률 낮추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마음투자사업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상담 혜택을 제공해 그들이 안정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자살률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근거 기반 사업은 아니다”라며 “자살 시도자 관리·자살유가족지원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군에 대한 사후관리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하도록 하는 기능을 강화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연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마음투자사업은 정신 및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연계 등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은데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령층에게는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가 효과적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노인의 경우 심리적 문제를 심리상담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발적인 상담 신청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사회복지기관이나 정신의료기관 등을 주로 이용하므로 기존 정신건강 및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마음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누구나 자살을 생각할 수 있고 그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온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을 단위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관을 아우르며 자살 예방 활동과 인식개선 교육을 실천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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