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제작 당시 ‘혈세 낭비’로 비판받던 전남 함평의 ‘황금박쥐상’이 금값 상승에 따라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주식 투자보다 성공적인 투자란 평가와 함께 ‘함평의 비트코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외 각국에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 금 1g은 15만8870원이다. 지난달 2일 1g당 12만8790원보다 23%가 급등했다. 지난해 2월 1g당 988원이던 은도 이날 1489원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2008년 27억원을 들여 제작한 함평 황금박쥐상 가격도 261억5563만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순금 시세가 1g당 약 16만7700원, 은 시세가 1g당 1749원까지 올랐던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황금박쥐상 가격이 276억5886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제작 당시보다 10배 이상의 가격이다. 순금 162㎏과 은 281㎏ 등 금값 27억원을 들여 높이 2.18m, 폭 1.5m의 황금박쥐상을 제작할 당시만 해도 ‘혈세 낭비’란 지적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10배 수익을 달성하며 테슬라·엔비디아 등 주식 투자보다 성공적인 투자란 평가가 나온다.
황금박쥐상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금박쥐 162마리가 1999년 함평에서 발견된 것을 기념해 2005년 제작에 착수, 2008년 완성됐다. 당시 함평 군수는 KBS PD 출신인 이석형 전 군수였다.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 19.31㎏, 은 8.94㎏, 보석 0.19㎏ 등을 6600만원을 들여 2010년에 만든 금 장식물인 오복포란의 몸값도 30억8000만원으로 동반 상승했다.
황금박쥐상은 지난 16년간 황금박쥐생태전시관 지하에서 일부 기간에만 만나볼 수 있었으나 지난해 4월 함평나비대축제에 맞춰 함평추억공작소 1층 특별전시관에 새 둥지를 틀고 365일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당시 150억원에 달하던 황금박쥐상을 추억공작소로 옮기는 데만도 5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박쥐상은 함평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 등 함평에서 열리는 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인기를 독차지하는 대표관광상품이 됐다. 지난해 함평 국향대전을 찾은 방문객 5만1599명 중 1만9890명이 추억공작소를 찾았다. 나비곤충생태관 1만1918명, 식물전시관 1만5358명 등과 비교하면 황금박쥐상은 단연 인기다. 2019년에는 황금박쥐상을 노린 절도사건이 발생, 절도범들이 경보가 울리자 달아났다가 검거되기도 했다.
황금박쥐상으로 투자는 물론 지자체 홍보까지 되면서 함평군은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함평군은 황금박쥐를 모티브로 관광 브랜드와 슬로건을 대표하는 캐릭터 ‘황박이’도 만들었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함평군의 관광 효자상품인 황금박쥐상을 상시 공개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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