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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돈 없고 아프고 외로워서…일부러 죄짓는 노인들 [궁금증연구소]
    입력 2025.02.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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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무관. 펙셀스

[ 아시아경제 ] 76세 남성은 가석방됐지만 돈이 떨어지자 노숙자 생활을 했다. 캔커피 1개를 훔쳐 체포된 그는 "교도소에 들어가면 자고 먹고 일할 수 있다"며 체포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76세 독신 여성은 평범하게 살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그러나 부모가 사망한 후 외로움을 느꼈다. 별다른 생활고도 없었는데 자꾸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에 잡혔다. 그녀는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75세 여성은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살았다. 그녀는 연금을 쓰는 게 아까워 절도를 반복하며 살다가 체포됐다.

◆일본 범죄자 5명 중 1명 노인…3명 중 2명은 절도

2018년 일본 경찰청의 경찰백서에 나오는 고령화 범죄 사례들이다. 일본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각종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18만3269명. 이 중 65세 이상은 4만1099명, 22.4%다. 2022년 23.6%로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지만 범죄자 5명 중 1명은 노인이고 3명 중 2명이 절도다. 절도로 검거된 고령자(65세 이상)는 2만8017명으로 이 중 좀도둑질을 하다 검거된 인원이 2만201명에 이른다. 연령대는 70대가 1만명, 80대 이상이 5500명으로 60대를 앞지른다. 2022년 기준 일본 내 재소자(1만4460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2000여명으로 14.0%를 차지한다. 20년 전 3%였다가 2012년 8.8%, 2014년 10%대 넘으면 상승 추세다. 고령 여성의 입소율은 21.4%로 남성보다 많다.

탑골공원 앞 도로변에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한 줄을 대신해 가방 등 물건들을 줄 세워 놓았다. 허영한 기자

◆돈 없고 외롭고 아파서…자발적 교도소행

대부분 국가에서는 노인 재소자를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이·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필요하면 음식과 의류·침구, 기타 생활용품을 지급한다. 거동이 불편해 목욕하기 어려우면 교도관이나 자원봉사자 등이 도와준다. 아프면 치료해준다. 지난달 미 CNN은 일본 고령 재소자의 현황을 분석하면서 외로움과 경제적 빈곤, 악화한 건강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로 범죄 피해자로만 인식됐던 노인들이 고령화에 가해자로도 바뀐 것이다. 일본 경찰도 범죄를 저지른 고령자에 대해 "혼자 살며 외로움을 느끼고 친족과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범행 동기가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고독감과 고립감 같은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노인빈곤·자살 1위 한국…노인범죄도 증가추세

노인은 범죄의 주요 피해자였지만 최근에는 가해자로 바뀌고 있다. 힘들고 외롭고 기댈 곳이 없어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021년 기준 42.2명이다.. 두 지표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노인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23년 절도 범죄로 검거된 인원(10만526명)가운데 61세 이상은 3만921명(30.8%)이다. 남성은 26.6%, 여성은 40.3%다. 절도범 10명 중 3명이 60세 이상이고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절도 범죄 가운데 피해금액 100만원 이하 소액절도(앞서 일본과 같은 좀도둑)가 75.8%에 달했다.

한 여름 서울 한 쪽방촌에 쿨링포그(안개분사기)가 작동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일본 사례에서 보듯 노인 범죄는 노인 빈곤, 고용불안, 가족관계 악화, 사회적 소외, 주거환경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상황들이 악화하면 노인 범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부터 연금·의료개혁, 노인 기준 상향 등 법·제도는 속도를 내야 한다. 더불어 가족이나 친족 등에 노인이 있다면 자주 소통하고 주변의 노인에 약간의 관심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노인 범죄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범죄피해를 막고 가해의 요인을 없애는 노력이지 않을까.

2024년 리마스터링 개봉 '쇼생크 탈출'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쇼생크탈출의 브룩스와 레드 운명 가른 글

영화 ‘쇼생크탈출’에는 어린 시절 죄를 짓고 4,5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브룩스와 레드 두 인물이 등장한다. 브룩스는 가석방 출소를 앞두고 칼로 동료 재소자를 일부러 위협하며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감옥은 숙식 걱정없이 가족같은 동료들과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이다. 반면 레드라는 인물은 가석방 되고 탈옥한 동료 재소자를 만나러 간다. 출소 후 일자리를 얻은 브룩스와 레드는 같은 숙소에서 묵었다. 브룩스는 숙소 천장 벽에 "브룩스가 여기 있었다(BROOKS WAS HERE)"라는 글을 쓰고 생을 마감했다. 레드는 가석방 규칙을 어기면서 동료를 만나러 가기로 하고 브룩스가 쓴 글 옆에 또 다른 글을 남긴다. ‘레드도 여기 있었다(SO WAS RED)"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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