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이모씨(45)는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4년 전 ‘PC방이 잘 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이씨는 "지금은 방학이라 학생들이 많아야 하는데 올해는 학생들마저 잘 안 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PC방 못지않은 고사양의 장비를 갖춘 개인이 늘어나고, 모바일 게임이 득세하면서 PC방을 찾는 수요가 줄고 있다. 이용요금은 몇 년째 그대로인데 전기, 인건비, 식자재값은 계속해서 뛰고 있다. PC방 폐업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이용자 실태'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자 중 주 1회 이상 PC방을 찾는 비중은 2023년 12.1%에서 2024년 7.4%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10.8%, 2022년 11.4%, 2023년 12.1% 등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그리던 PC방 이용률이 지난해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진모씨(28)는 "PC방보다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게 더 낫다"며 "헤드셋만 끼면 집에서도 지인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굳이 PC방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거주하는 안모씨(30)도 "개인 시간에는 거의 게임만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PC방은 잘 안 간다"며 "예전과 다르게 집에서 PC방보다 성능이 더 좋은 컴퓨터를 구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C방 손님이 줄어들면서 PC방 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2017년 1만568곳에서 지난해 7310곳까지 줄어들었다. 7년새 반토막이 난 것이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2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김모씨(43)는 "이용 요금을 올리자니 '기본요금 1000원이라는 인식이 강해 몇백원만 올려도 난리가 난다"며 "월 매출이 3000만원이라면 고정지출로 2000만원 나가고 부가세 등 세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남는 돈은 500만~6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사업 시작할 때 4억원을 투자했는데 그걸 고려하면 지금 손해"라고도 했다.
이용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오르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와 이씨는 "PC방은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탓에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는데, 이용 요금은 올리지도 못한다"며 "매출은 늘어나기 어려운데 지출만 증가하는 구조라 주간에는 직접 근무하고 이후 부업도 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모바일 게임이 강세를 보이면서 PC 게임에 대한 수요가 분산되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PC 게임이 없는 상황에서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