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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임하다가…툭하면 "성적 욕설로 모욕당해" 신고하더니
    입력 2025.02.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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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30)는 지난해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으니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온라인 게임 도중 홧김에 상대방에게 성적 욕설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씨는 경찰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날 일만 생각하면 억울하고 착잡한 심경"이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온라인 성범죄 관련 경찰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송치율(검찰에 기소해달라고 넘기는 비율)은 크게 줄고 있다. 결국 과잉 신고로 범죄 수사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허투루 쓰인다는 지적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관련 경찰 신고 접수 건수는 2019년 1437건에서 2023년 8004건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그러나 송치율은 2019년 78.8%에서 2023년 47.6%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송치율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과잉 신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신고의 경우 성범죄 관련 신고인 만큼 당사자들을 불러 직접 조사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그만큼 경찰력을 소모하게 되고, 심해지면 진짜 필요한 수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본인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성립된다.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음란한 사진, 동영상 등을 보내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범죄 관련 신고가 급증한 건 2022년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욕설한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다. 한국어 욕설 상당수가 그 어원이 성적 모욕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느냐가 쟁점인 탓에 혐의를 특정하기 쉬운 편이다.

이런 특징을 악용해 남을 협박하거나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일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게임을 일부러 망쳐 성적 욕설을 유도하거나, 익명 채팅방에서 음란한 발언을 유도한 경우가 있었고, 일부는 변호사를 끼고 상대방을 무더기로 고소한 뒤 합의금을 받으려 접근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다툰 뒤 본인이 적은 욕설을 쏙 빼놓고 상대방의 성적 발언만 캡처해 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여성청소년과 경찰관은 "신고 자체가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범죄 피해자라고 볼 수 없는 신고 접수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스토킹 등 정작 중요한 성범죄 사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유형의 성범죄 신고에 대한 경찰 수사 매뉴얼을 만들어 수사력 낭비를 줄여야 한다"며 "피고소인이 상습적이고 사회통념에 어긋날 경우 입건해 수사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제언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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