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승로 성북구청장(65)은 마을 청소로 아침을 시작하는 날이 많다. 날짜를 정해 이 동네, 저 동네를 구석구석 살핀다. 청소만이 목적은 아니다. 그 참에 동네주민을 만나 민원도 듣고, 골목을 직접 살핀다.
올해 들어서는 경로당을 하루 서너 곳씩 방문한다. 경로당 입구에 들어서면서 세배를 한다. 이 구청장의 나이도 진작 환갑을 넘겼지만, 경로당에선 막내뻘도 못 된다는 것이다. 다음 달 말까지 성북구 관내 경로당 183곳을 다 돌아볼 예정이다.
골목과 경로당, 현장구청장실에서 듣는 얘기를 직원들과 검토에 정책에 반영한다. 20개 동 어르신들이 “일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이구동성 말하면 일자리 사업에 공을 쏟는다.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학부모들 얘기에 귀 기울여 보육이나 도서관 정책 반영을 검토하는 식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9일 헐레벌떡 구청장실로 뛰어 들어온 이 구청장은 앉기도 전에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구청 갈등조정위원회와 서울시가 파견한 코디네이터의 중재 노력으로 14개월 만에 공사비 갈등이 봉합됐다"며 "많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수천 명 주민의 입주에 지장 없이 해결돼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장위4구역은 올 3월 말 입주 예정인 284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조합과 시공사 GS건설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 지연이 우려됐다가 전날 극적으로 합의된 곳이다.
이 구청장은 "회의실 문을 걸어 잠가 합의 전까지는 나오지 못한다는 심정으로 임하자고 했다"면서 "시공사에서는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숫자를 제시해야 하고, 불가피한 공사원가 상승분만큼만 받아야지 (공사비를 인상해) 이익을 더 남기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북구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단 내에 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어 계속 성과가 나고 있다"고 했다.
GS건설은 작년 1월 말 조합에 772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조합과 시공사의 협상 끝에, 시공사는 액수를 482억원으로 낮췄지만 결렬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북구청과 서울시에서 파견된 코디네이터(관련분야 전문가로 구성)가 협상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해 다시 조합에서 SOS를 쳤고, 서울시 공공변호사와 추정분담금 검증위원,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등으로 구성된 구청 갈등조정위원들이 함께 협상에 참여했다.
총공사비 305억원을 증액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봤다. 이 구청장은 "작년에는 안암2구역, 재작년에는 삼선5구역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는데 갈등조정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공사비가 증액되는 것이라 자칫 욕먹기 쉽고, 잘 중재해봐야 본전이 아닐까. 이 구청장은 손사래 쳤다. 그는 "성북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125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은 이런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데, 믿을 수 있는 구청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나서야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주민들에게도 이득"이라고 했다.
이 구청장은 강북횡단선 재추진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달, 10만명을 목표로 시작한 '강북횡단선 신속 재추진 범구민 서명운동'에서 예상치를 크게 넘는 26만명(구민의 61.5%)의 서명을 받았다. 서울시와 국회 교통위원회, 서울시의회에도 실현 의지를 전달했다.
최근에는 종로구와 서대문구도 서명 운동에 나섰다. 강북횡단선은 서울 동북부와 서남부를 연결하는 연장 25.72㎞의 대규모 교통망으로 청량리, 종암, 길음, 정릉, 평창동, 홍제, 디지털미디어시티, 목동 등을 잇는다.
이 구청장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가 침몰 직전 위기의 골목상권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된다는 걸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역경제, 골목상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건 통계로도, 골목에서 만나는 주민들 반응과 사례로도 이미 입증됐다"며 "지역화폐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골목경제가 선순환하도록 정부와 서울시가 할인율 확대 등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2446억원어치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성북구는 올해도 71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발행 규모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74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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