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전략물자를 정부 허가 없이 해외로 반출한 밀수출업자에게 법원이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략물자 관련 범죄수익을 기소 전 추징보전 하는 첫 사례다.
25일 관세청 부산세관은 A씨(40대)를 관세법·대외무역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AD Converter)’ 3만6000여개(시가 51억원 상당)를 정부 허가 없이 홍콩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홍콩으로 불법 수출한 반도체는 아날로그신호를 디지털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처리 속도가 빠른 고성능 제품의 경우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거래가 제한된다.
이를 알고 있던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처벌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의 수출입 법인을 설립,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수입해 홍콩으로 다시 수출하는 꼼수를 썼다.
또 수출 물품이 전략물자인 것을 숨기기 위해 품명을 허가 대상이 아닌 인쇄회로기판(PCB)과 저가 반도체(실제 가격의 1/100)로 위장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불법 수출한 고성능 반도체의 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PCB를 고가로 조작해 범죄수익을 자금 세탁한 혐의도 받는다. 저가의 반도체 등으로 품명을 위장해 수출한 탓에 범죄수익 51억원을 송금받기 어려울 것에 대비해 수출대금을 받을 때는 고가 PCB를 정상적으로 수출해 대금을 받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부산세관은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는 것과 별개로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A씨의 고가 아파트를 기소 전 가압류 조치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검사가 피의자(A씨)를 재판에 회부하기 전(수사 중)에 피의자 재산이 임의로 처분되는 것을 막는 조치로, 전략물자 관련 범죄수익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은 이번이 첫 사례다.
부산세관은 법원의 범죄수익 추징 판결이 내려지기 전 A씨가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기소 전 추징보전에 나섰다.
이훈재 부산세관 조사총괄과장은 “본건은 전략물자와 관련된 범죄수익을 기소 전 추징보전 한 최초의 사례”라며 “세관은 앞으로도 범죄를 통해 얻은 불법 수익을 추적·확대해 환수 조치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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