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부산과 광주, 대전 등 권역의 각종 개발사업에 포함됐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의 해제가 수월해진다. GB가 지역 개발사업에 암초로 작용하자 정부가 나섰다. 해제할 수 있는 총면적도 17년 만에 확대했다. 이와 함께 도로·발전시설 등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도 돕기로 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정부가 소매를 걷었다.
정부는 2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및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국가·지역전략사업 선정 결과를 확정해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11조원이 넘는 부산 제2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비롯해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산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 등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사업이 국가·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으로 선정되면 GB 해제총량을 적용받지 않고 개발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GB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대체지를 지정하는 조건으로 해제가 허용된다.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한 후 지방자치단체 신청,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날 사업을 선정했다.
지역별로는 창원권이 4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과 울산, 광주 권역이 각 3건이다. 대구와 대전이 각 1건씩 총 15건이 선정됐다. 최 대행은 "17년 만에 해제할 수 있는 GB 총면적을 확대한다"며 "이를 통해 국가 일반산업단지, 물류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전략사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6개 권역에 GB로 묶여있는 부지는 4203만㎡에 달한다. 15개 사업의 1차 투자이행효과(개발사업비)는 총 27조8000억원 정도로 정부는 추산했다.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GB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발사업 가운데 당장 올해 1분기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선정했다. 태안~안성 고속도로와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거제 관광단지는 적격성조사나 평가 절차,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여부 등을 다음 달 안에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이날 결정으로 최대 49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이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농촌에 자율규제혁신지구를 도입하기로 했고, 올해 1분기 중 추진 가능한 지역투자 지원과제를 이날 회의에서 논의했다.
부산에서는 이번 전략사업에 선정되기 전까지 해제 가능한 GB가 86만㎡ 수준에 불과했다. 신규 산업단지 조성은 불가능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도시개발공사가 부산 강서구에 추진하는 제2 에코델타시티는 주거와 상업·업무시설을 비롯해 산업·물류 시설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올해부터 2037년까지 예정된 장기 프로젝트다. 인근 GB 면적은 1042만㎡에 달한다.
인접한 지역에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부산 트라이포트 물류 지구 내 동북아 물류 플랫폼 사업도 이번에 같이 선정됐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이와 함께 역세권개발과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도시개발사업인 첨단사이언스파크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세 가지 사업과 얽힌 GB 부지는 총 1633만㎥ 규모다.
광주 광산구에는 친환경 자동차·부품 사업을 위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31년을 목표로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광주시에서는 북구 일대 공유지를 GB 대체지로 지정해 기존 GB 구역을 산단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전남 장성에 기존 첨단 3지구와 연계한 일반산업단지 조성프로젝트, 전남 담양에 미래차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일반산업단지 프로젝트도 이번에 선정됐다. 앞서 2023년부터 첫발을 뗀 프로젝트로 그간 GB 해제가 어려워 사업추진이 원활치 못했는데 이번에 전략사업으로 선정돼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구에서는 달성에서 추진하던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사업이, 대전에서는 나노반도체·우주항공 분야 기업·기관 등을 유치할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선정됐다. 모두 2022년부터 추진했던 사업으로 앞으로 5, 6년 내 마무리 짓는다. 이밖에 울산에서는 수소 융·복합밸리(남구),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계획한 U-밸리, 친환경에너지·자동차 산업과 연계한 성안·약사 등 일반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울산도시공사가 중심이 돼 추진한다.
창원에서는 물류단지를 짓는 진해신항 항만배후단지, 산학연구단지 연계 도시개발 프로젝트인 도심융합기술단지, 마산역세권 개발사업, 모빌리티·수소·로봇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민간합작사업(진영 일반산업단지)이 선정됐다. 대부분 최근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사업으로 앞으로 국토부 사전협의, 중앙도계위 심의 등 GB 해제를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게 된다.
정부는 "사업부지 일부 조정 등 계획을 보완해야 할 경우 국토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연계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신속히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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