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의사들이 환자 진료 시 엑스레이(X-ray)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법원이 한의원 내 방사선기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것을 계기로 엑스레이 사용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의사-한의사 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양방 의료계의 집요한 방해와 보건복지의 무책임한 방관으로 부당하게 제한돼 왔다"며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대한한의사협회 임원들부터 엑스레이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가 밝힌 엑스레이 사용 용도는 추나, 골절, 골다공증 등 엑스레이를 사용해 진단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정유옹 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이미 한의원에 엑스레이를 설치했고, 기기 사용을 위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확하고 안전한 진단 및 진료에 엑스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계가 엑스레이 사용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지난달 17일 나온 수원지방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법원이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BGM-6)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받은 한의사에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최종 결정됐다. 법원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대한 규칙 제10조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의원이 합법적으로 엑스레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행정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의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현행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에는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 기준을 종합병원, 병원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한의원은 제외했다. 안전관리책임자 선임기준에도 역시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은 포함됐지만 한의사는 명시되지 않아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윤 회장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합법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는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해야 한다"며 "한의대 교육 과정 전반에서 엑스레이 판독법을 배우고 있는 만큼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의계는 또 현재 염좌나 골절 등으로 한의원을 내원한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엑스레이 검사를 위해 양방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한의원에 재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가 이중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되면, 한의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의 불편함이 해소될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의계의 주장에 의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초 재판부가 검토한 사안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한의학적 진료에 참고하거나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므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의계가 엑스레이 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법리 왜곡이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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