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화학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초정밀 컬러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화학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변색 또는 퇴색 없이 컬러 그래픽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이 반구 형태의 미세구조로 화학 색소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고해상도의 컬러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에도 파란색을 띠는 모르포 나비와 피부색을 바꾸는 팬서 카멜레온은 화학 색소 없이 발색이 가능했다. 이는 물질을 이루는 규칙적인 나노구조가 빛의 간섭 현상을 통해 가시광선의 빛을 반사해 나타나는 구조색을 갖는 덕분이다.

구조색은 물질이 아니라 구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소재로도 다양한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구조색 발색을 위한 규칙적인 나노구조를 인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다양한 색 표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색을 정교한 패턴 형태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따랐다.

이에 연구팀은 규칙적인 나노구조 대신 부드러운 표면을 갖는 반구 형태의 미세구조로도 다양한 구조색을 높은 정밀도로 패턴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뒤집어진 반구 형태의 미세 구조체에 빛이 입사할 때 측면으로 입사한 빛은 곡면을 따라 전반사돼 재귀반사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 반구의 직경이 10㎛(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일 때는 재귀반사가 일어나는 서로 다른 경로의 빛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간섭해 구조색이 나타난다.

이때 구조색은 반구의 크기에 따라 조절 가능하며,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듯 서로 다른 크기의 반구를 배열해 발현할 수 있는 색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반구형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패턴화하기 위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양성 감광성 고분자(자외선에 노출된 영역이 쉽게 용해되는 감광성 재료)를 광식각법(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패턴 형성법)을 통해 미세기둥 형태로 패턴화한 후 온도를 높여 감광성 고분자 형상이 곡면 형태로 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반구형 미세구조를 형성했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원하는 크기와 색깔을 갖는 반구형 미세구조를 원하는 위치에 미리 설계한 방식대로 단일 단계에 형성할 수 있으며, 임의의 컬러 그래픽을 색소 없이 단일 물질만을 이용해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색의 영구 보존이 가능한 초정밀 컬러 그래픽 기술은 빛의 입사 각도나 시야 각도에 따라 변색이 가능하며, 패턴의 한쪽으로만 색깔을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투명한 야누스 형태의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구조색 그래픽은 최신 LED 디스플레이에 준하는 높은 해상도를 가지며 손톱 크기의 복잡한 컬러 그래픽을 담는 것은 물론 대면적 스크린에 펼쳐 보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신현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무색소 컬러 그래픽 구현 기술이 향후 예술 분야와 접목돼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법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이 기술은 광학 소자 및 센서, 위·변조 방지 소재, 심미성 포토카드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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