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리나라보다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정년 연장과 연금 개시 연령 상향 등 노인 연령 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노인 연령을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6일 진행한 '2차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법정 정년을 폐지하거나 정년 기준을 높이고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고 있는 해외 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정년퇴직 연령을 폐지한 호주에선 2023년부터 노인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정했는데, 최근엔 다시 연금 수급 연령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도 2011년부터 경찰, 소방관, 파일럿 등 특수업무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정년을 없앤 데 이어 2028년까지 연급 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독일은 2031년까지 정년을 67세로 연장하고, 법정 연금보험 등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이에 맞춰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4세로 늦추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정 교수는 "유럽에선 고령자를 구분할 때 엄격한 나이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나이에 노화가 시작되지 않고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희망하는 근로자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확보 조치'를 시행 중이다. 김도훈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17년 노인학회와 노인의학회가 고령자의 정의를 65세에서 75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65~74세를 준고령자, 75~89세를 고령자, 90세 이상을 초고령자로 지칭할 것을 제언했다. 또 고령자를 지칭하는 나이 기준도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법률에선 55세 이상으로, 주거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에선 60세 이상으로, 의료 확보에 관한 법률에선 65세 이상으로, 도로교통법에서는 70세 이상으로 지칭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 교수는 "노인 연령은 일률적으로 규정된다기보다 제도 속에서 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연령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 호주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우리가 노인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높인다고 할 때 일부 국민은 정년 연장을 기대하지만 다른 일부 계층에선 연금 수급이 늦춰질까 우려할 수 있다"며 "4050, 나아가 2030 세대들은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좀 더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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