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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헤이그 특사' 이위종 지사 손녀 러시아서 별세
    입력 2025.02.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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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헤이그 특사로 알려진 이위종 지사의 손녀가 러시아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26일(현지시간) 유족 측과 주러시아대사관은 류드밀라 예피모바 씨가 지난 25일 노환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유족은 "그는 건강한 마음과 활력,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진 나이였으나 고령에 따른 질병은 그에게 삶을 이어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위종 지사 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왼쪽)와 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오른쪽). 연합뉴스

예피모바 씨는 이범진(1852~1911) 초대 주러시아 한국 공사의 증손녀이자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이상설과 함께 특사로 파견된 이위종(1887~미상) 지사의 손녀다. 이 공사의 둘째 아들인 이 지사는 러시아 귀족인 놀켄 남작의 딸 엘리자베타와 결혼해 3명의 딸을 낳았다. 그는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최초의 한국 외교관이었다. 예피모바 씨는 그중 둘째 딸의 후손이다.

이 지사는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성장했다. 헤이그 특사 파견 당시에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각국 대표와 교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방해와 각국의 무관심으로 회의에 참석하진 못했으나, 특사 일행은 일제의 침략을 폭로하고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역설한 바 있다. 이후에도 이 지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며 항일 독립운동에 힘썼다. 그의 최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예피모바 씨는 생전 화학 엔지니어로 항공산업연구소에서 평생을 근무했다. 1995년에는 러시아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를 주도적으로 창설해 활동했으며 독립 투쟁을 다룬 다수의 방송 인터뷰와 집필에 참여했다. 그는 2015년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특별귀화 형식으로 딸 율리야 피스쿨로바 씨와 함께 한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피스쿨로바 씨는 한국사를 연구하고 한러 관계에 관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모친에 대해 "조상인 이범진과 이위종이 일제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해방하는 데 기여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대한민국 국적도 감사하게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늘 한국을 존경했고 자신의 역사적 조국이 독립적이고 번영한 나라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며 "유공자들의 후손을 돕고 한국 독립 투쟁의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자녀와 손자들은 어머니를 존경해 본보기로 삼았다"며 "가족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독립을 위한 투쟁 등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것도 어머니였다"고 덧붙였다.

예피모바 씨의 영결식은 27일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서 유족과 이도훈 주러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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