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처음 만난 여성들에게 돈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 여러 장을 건넨 외국인 2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폐에 'COPY(복사본)'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진짜 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죄 선고 이유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위조외국통화행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A씨(20)와 B씨(2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7월 차량과 전북 전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여성 3명에게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12장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에 앞서 이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400장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와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여성들과 처음 만나 환심을 사려고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자신들은) 돈이 많다"며 1명에게 4장씩 총 12장의 100달러 위조지폐를 줬다.
A씨와 B씨는 자신들이 건넨 위조지폐가 진짜 지폐로 오인할 정도로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위조외국통화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위조지폐에는 'MOVIE PROP USE ONLY'(영화 소품으로만 사용), 'NOT LEGAL TENDER'(법정 통화 아님), 'COPY'(복사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통상의 지폐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등의 위조 방지 장치 또한 없었다. 또 일련번호도 'LL6203872F' 한 가지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인정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여성들에게 건넨 위조지폐에는 '가짜 돈'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문구가 비교적 큰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며 "또 실제 미화 100달러와 동일한 크기지만, 원본처럼 은박이나 금속 재질의 띠가 없고 통상의 지폐처럼 굴곡이 느껴지지도 않는 데다 기재된 일련번호 또한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을 건네받은 사람이 각 문구 전부의 의미는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영어단어인 'MOVIE', 'COPY' 정도만 알더라도 진정한 화폐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선고 사유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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