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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빨리 이 시국이 끝났으면"…연이은 집회에 몸살 앓는 헌재 앞 상권
    입력 2025.03.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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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매출이랄 것도 없어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그것마저 유지가 안 돼요."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지서윤씨(57)는 12월부터 좀처럼 매출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씨는 "느낌상 탄핵 선고 당일에는 소요도 있을 것 같다. 그날은 장사도 못 한다. 불안감만 느는데 선고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날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이날도 헌법재판소 앞은 오전 10시부터 고성이 이어졌다. 집회참가자들은 확성기를 든 채 "헌법재판소는 회개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부부젤라와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헌법재판소 건너편 상권이 늘어선 도보. 양옆에 늘어선 집회참여자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이은서 기자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찬반 진영의 강성 집회가 이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헌법재판소 인근 상권의 우려가 커지고만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일대에선 11일에도 집회와 농성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헌재 앞에서 필리버스터 형식의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은 중국, 북한, 간첩의 위협을 주장하며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안국역 5번출구 인근에서 탄핵 무효 집회를 열었고, 이날 오후 1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매일 열리는 자유통일당과 엄마부대의 탄핵 반대 집회도 진행됐다.

잇딴 집회로 인해 성수기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상인들의 걱정은 커진다. 기념품점 사장 김모씨(42)는 "3월은 원래 장사가 잘되는 달인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3~4월 벌어서 산다고 보면 된다"며 "계엄령 직후부터 매출이 확 안 좋아졌는데, 성수기인 지금도 생각만큼 안 오른다"고 전했다.

집회에서 끊이지 않는 소음과 욕설에 상인들은 피로감도 높아져만 간다. 김씨는 "종일 했던 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니까 속이 안 좋다. 여기 있다고 생각해보라. 힘든 건 똑같다"고 말했다.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여성 정모씨도 "계엄 이후에 영업을 시작했는데, 주말에도 끊이지 않고 소음이 들린다"고 전했다.

좁은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 경찰 기동대 버스가 늘어서 상점의 시야가 가려져 있다. 가로수에는 '민주당퇴출','탄핵무효'가 적힌 붉은 띠가 묶여 있다. 이은서 기자

집회 참여자들이 좁은 보도 양옆에 늘어서 보행로를 막아버리는 것 또한 문제다. 참여자들이 양옆으로 흔드는 깃발은 전깃줄에 걸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한 줄로 늘어서 집회 참여자들 사이로 이동한다. 좁은 직선 보도에 있는 상점 또한 기동대 버스가 늘어서 시야가 가려진 상태다. 한식당 직원 신점례씨(60)는 "길을 막아놨는데 누가 가게 안에 들어오겠냐"며 "옛날처럼 줄 서지도 않고, 점심시간엔 테이블이 남다시피 한다.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매출은 밑바닥이어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향한 집회 참여자들의 고성에 상인들은 외국인 손님의 발길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신씨는 "집회에서 외국인들이 지나가면 'NO CHINA'라고 외친다. 우리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가겐데 외국인들이 오겠나"고 말했다. 이날 보도 바닥에도 'NO CHINA','빨갱이 OUT','STOP THE STEAL' 등의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실제 집회 참여자들이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탄핵 무효'가 적힌 전단지를 들이밀며 뒤따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경찰 버스가 늘어선 안국역 인근 모습. 이은서 기자

안국역과 북촌 일대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영문도 모르고 집회 풍경을 보고 놀라기 일쑤다. 외국인 관광객은 집회 현장에 멈춰서서 집회 참여자가 든 전단지를 살피거나 휴대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 첸촨탕씨(26)는 "소음이 엄청나다. 무슨 시위인지는 모르지만, 시끄럽고 정신없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세바스찬씨(49)도 "북촌 햄버거 가게를 찾아 산책 왔는데, 여기서 시위하는지 몰랐다"며 "재판소 앞에 화환은 쓰러져있고, 경찰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북촌을 찾은 내국인 허선우씨(26)는 "안 그래도 좁은 길인데 지나다니기도 불편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끄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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