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사회
[단독] 尹선고 앞 ‘폭풍전야’… 헌재 주변 100m ‘진공 상태’ 만든다
    김우진·김주연·송현주·김지예 기자
    입력 2025.03.13 09:11
    0

입간판 등 흉기 될 수 있는 것 정리
학교 11곳·노점·주유소는 문 닫아
운현궁 폐쇄… 경복궁은 운영 고심
이중 차벽 설치·드론 비행도 차단
경찰, 사고 예방용 야외기동훈련

“헌법재판소를 불태우자.” “대통령을 끌어내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찬반 집회가 격화된 이곳은 이미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험악한 욕설과 고성이 끊이지 않는 ‘폭풍전야’ 상태였다. 전날도 집회 참가자끼리 서로 주먹을 날리는 등 난동이 벌어졌다. 일본인 관광객은 빼곡한 인파에 밀리는 바람에 얼굴이 찢어져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연일 ‘과격 시위’가 이어지면서 탄핵심판 선고 당일 경찰은 헌재 인근 주유소와 공사장, 문화유산, 상점 등의 휴업과 폐쇄를 권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 기사로 위장해 헌법재판관 테러를 모의한다는 첩보까지 들어와 비상”이라며 “내전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만난 공사장 관리자 이모(58)씨는 “흥분한 시위대가 각목 등 자재를 가져가서 휘두를까 봐 작업을 멈출지 구청과 상의 중”이라고 전했다. 근처 학교와 유치원들도 안전을 우려해 선고일 문을 닫기로 했다.

헌재 인근에서 13년째 소품숍을 운영 중인 김윤성(41)씨는 이날 가게 앞에 놓여 있던 진열대와 화분 등을 안으로 들여놓고 있었다. 전날 종로구에서 길거리 입간판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치울 것을 권고해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기간 숙의를 이어가고 있는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음식점 직원이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5.3.12. 도준석 전문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기간 숙의를 이어가고 있는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음식점 직원이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5.3.12. 도준석 전문기자

8년 전인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과 이후 시위대를 비롯해 총 4명이 사망하는 등 폭력 집회의 후폭풍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는 바람에 대형 스피커가 떨어져 70대 남성이 숨졌다. 김씨는 “구청 권고가 아니었어도 선고 당일에는 위험할까 걱정돼 모두 가게 안으로 들여놓으려 했다”며 “미리 치워 두는 게 낫겠다 싶어 지금 정리 중”이라고 했다.

내전이라도 일어날 듯한 험악한 분위기에 구와 경찰 등은 선고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종로구는 인근 상점에 밖에 내놓은 물건들을 치워 달라고 요청했다. 철수 대상 물품은 입간판, 화분, 의자 등 통행을 방해하거나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물건들이다. 구는 또 헌재 내 1㎞ 거리에 있는 노점상에도 선고일 영업 자제를 요청했다. 시위대가 시너통 등을 탈취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경찰은 서울시에 선고 당일 운현궁 폐쇄를 권고했고 시는 이를 수용했다. 서울시는 “문화유산 훼손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직원들도 내부에서 비상 경계 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인근에 있는 서울공예박물관과 경복궁 등도 선고 당일 운영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유치원과 학교도 등하교나 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선고일 문을 닫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유치원 2개원(재동초병설유·운현유), 초등학교 3개교(재동초·교동초·운현초), 중학교 2개교(덕성여중·중앙중), 고등학교 3개교(덕성여고·중앙고·대동세무고), 특수학교 1개교(경운학교) 등 11곳이 쉰다.

경찰은 선고 당일 헌재와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 4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다. 특히 헌재를 둘러싼 주변 100m는 두 겹 이상의 경찰 차벽,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기동대를 배치해 시위대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진공 상태’로 만들 예정이다. 헌재 주변 1항공마일(1854m) 이내는 ‘임시 비행금지공역’으로 지정해 드론 비행 등도 차단하기로 했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휴직·연가·병가 등을 제외하고 각 서별로 최소 60명 이상을 유지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또 이날부터 헌재 100m 밖 구역인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야외기동훈련(FTX)도 시작했다. 기동대뿐만 아니라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차출해 꾸리는 임시부대를 대상으로 집회 대응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시위대가 흉기를 사용하면 기동대는 경찰봉이나 방패로 밀어내고 캡사이신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수사기관과 관계기관이 폭풍전야의 분위기 속에 만전을 기울이는 데 반해 국정 혼란을 막고 민심을 봉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집회에 합세하며 외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헌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동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대중들의 과격행동을 조장할 수 있고 폭력 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로구
    #서울
    #폭풍전야
    #당일
    #헌법재판소
    #경찰
    #헌재
    #탄핵
    #주변
    #대통령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회 주요뉴스
  • 1
  • 신한울 2호기, 방사선 경보 발생해 조사 착수
    아시아경제
    0
  • 신한울 2호기, 방사선 경보 발생해 조사 착수
  • 2
  • 양평군, 여성 이장 간담회 개최…여성 이장의 역할·의견 청취
    아시아경제
    0
  • 양평군, 여성 이장 간담회 개최…여성 이장의 역할·의견 청취
  • 3
  • 이동환 시장 “지역 기업 성장 밑거름…대한민국 대표 경제도시 도약”
    아시아경제
    0
  • 이동환 시장 “지역 기업 성장 밑거름…대한민국 대표 경제도시 도약”
  • 4
  • 경기교육청, 에듀-키퍼 법률지원 '큰 성과'…교직원 보호 확대
    아시아경제
    0
  • 경기교육청, 에듀-키퍼 법률지원 '큰 성과'…교직원 보호 확대
  • 5
  • 신상진 시장, 성남시장학회 장학증서 수여식 참석 지역 인재 격려
    아시아경제
    0
  • 신상진 시장, 성남시장학회 장학증서 수여식 참석 지역 인재 격려
  • 6
  • 남양주시, 제 25회 정순왕후 선발대회 대표 참가자 모집
    아시아경제
    0
  • 남양주시, 제 25회 정순왕후 선발대회 대표 참가자 모집
  • 7
  • 동두천시, 제1회 계약심의위원회 개최
    아시아경제
    0
  • 동두천시, 제1회 계약심의위원회 개최
  • 8
  •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구민과 함께하는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 참석
    아시아경제
    0
  •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구민과 함께하는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 참석
  • 9
  • 광주시, 농어민 기회소득 지원사업 시행…내달 30일까지 신청
    아시아경제
    0
  • 광주시, 농어민 기회소득 지원사업 시행…내달 30일까지 신청
  • 10
  • 경기도의회 김성수 의원, 전국 최초 ‘철도지하화사업기금’ 설치 추진
    중앙이코노미뉴스
    0
  • 경기도의회 김성수 의원, 전국 최초 ‘철도지하화사업기금’ 설치 추진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