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민 30%가 마시는 생수 규제가 27년 만에 완화된다. 불합리한 수질 안전기준을 정비하고 우수기업에 계획수입 혜택을 부여한다. 안전인증은 취수부터 유통까지 전 단계를 하나로 관리한다.
1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먹는샘물 관리 선진화 전략’을 이르면 이달 발표한다. ‘먹는샘물’이란 지하수나 용천수 등 자연 상태의 깨끗한 ‘샘물’을 마실 수 있게 제조한 물이다. 페트에 담아 파는 생수도 먹는샘물로 분류된다.
전략에는 수질 안전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생수는 1mL 당 일반세균집단을 100개까지 허용한다. 그런데 생수를 만들 때 쓰는 샘물의 경우 1mL에서 일반세균집단이 5~20개를 넘으면 안 된다. 소비자가 마시는 생수보다, 마시지도 않는 샘물을 최대 20배 까다롭게 규제한다는 뜻이다.
생수 업계는 1998년 개정된 샘물 안전기준이 27년간 이어지면서 황당한 규제가 나타난다고 토로한다. 샘물이 안전하지 않은데, 해당 샘물로 만든 생수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식이다. 적법한 생수를 팔았는데 샘물 규제를 위반해 영업정지를 받는 기업도 있다. 샘물 안전기준도 생수 수준으로 조정해 불합리함을 없애자는 게 환경부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샘물 규제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워낙 많았다”면서 “환경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샘물 제도를 정비하고 앞으로 관련 규제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관한 내용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수기업 중에서 우수기업을 뽑아 계획수입제도 특혜를 부여한다. 계획수입은 특정 기업이 지속 수입하는 식품에 대해 신고검사를 제외해주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다. 생수기업은 수입품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품을 항구의 창고에 두는데, 부피가 크다 보니 막대한 비용을 보관에 쓴다. 계획수입제도를 이용하면 검사가 면제돼 보관 비용을 수십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우수기업 기준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우수기업을 뽑으려면 점검 주체나 수입실적 인정 범위 등을 따져야 한다. 기준을 깐깐하게 세우면 대형 생수업체가 우수기업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영세기업도 합리적인 선에서 계획수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중소형기업 의견을 추가로 청취할 방침이다.
규제를 풀어도 국민이 안심하고 생수를 마실 수 있도록 통합인증 체계를 18년 만에 재추진한다. 현재 생수기업은 취수, 정수, 유통 등 단계마다 제각기 다른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기업과 정부도 번거로워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비자들도 어떤 생수가 안전한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샘물을 뜨는 첫 단계부터 판매 직전까지를 하나의 안전인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2007년 도입을 시도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번에는 희망 업체부터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역사회와 생수기업의 갈등을 유발했던 ‘취수정 수위’는 환경부가 생수기업에게 자료를 받기로 했다. 현행법상 기업은 생수를 만들 때 취수정마다 정해진 하루 최대 취수량을 지켜야 한다. 물을 지나치게 빼 쓰면 물 부족, 수질 악화, 생태계 훼손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수정 수위를 받으면 생수기업의 취수량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게 가능하다. 생수기업도 물을 과도하게 빼 쓴다는 지역사회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해당 규제는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8년부터 의무화한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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