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 11일 오후 11시경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헤매던 90대 치매 노인이 근무 중이던 역 직원의 빠른 발견과 보호 등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에 따르면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근무하는 라광수 차장은 이날 오후 11시경 CCTV 감시 근무 중 내복 차림의 노인이 8번 출구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라 차장은 보호자가 근처에 있는지, 갑자기 다가가면 놀라서 넘어지지 않을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노인이 지하 1층까지 내려올 때까지 모니터를 계속 살펴보았다.
관찰 끝에 보호자 없이 역을 방문하여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라 차장은 노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노인에게 대화를 시도, 노인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라 차장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112에 신고를 요청, 동시에 노인이 놀라지 않도록 7분간 대합실에서 함께 노인 곁을 지키며 역사 내 고객안전실로 함께 갈 것을 설득했다.
이 같은 판단은 오래 근무경험을 통해 고령의 어르신을 무리하게 설득하거나 이끌려고 하면 돌발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라 차장의 판단이었다.
라 차장의 거듭된 설득 끝에 노인은 고객안전실로 이동하는 데 동의했다. 직원들은 노인의 손과 발을 주무르고 오물을 닦아준 후 따뜻한 두유를 건네면서 노인과 대화를 나눴다.
약 15분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함께 노인의 신상정보를 파악한 결과 노인이 소지하고 있던 ‘치매노인 인식표’를 발견했다. 다행스럽게 인식표에 기재된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았고, 노인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 근무 중 노인을 발견하여 돌봄 및 귀가하도록 돕는데 힘쓴 라 차장은 “쌀쌀한 밤에 홀로 배회하는 노인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 7~8년간 치매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작지만, 두유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며 “직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늦지 않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신 후에도 걱정이 되어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푹 주무셨고 주간보호센터에도 잘 다니신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내에서 치매노인을 비롯해 아동 등이 실종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공사 운영구간 내 치매 또는 치매로 추정되는 노인이 실종되어 수색 후 보호자 인계가 보고된 건은 13건이다.
공사는 빠른 수색을 위해 ‘실종아동 등 조기발견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 각 역사에 배부하여 직원이 이를 준수하여 실종자 및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런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수색을 바탕으로, 2023년 11월 사당역에서 싱가포르 국적 장애남성을 수색하는 데 도움을 준 직원이 송파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매뉴얼에 따라 공사 직원은 역사 내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접수를 하면 그 정보를 파악 후 즉시 경찰에 신고, 이후 역사 내 안내방송과 사내게시판 정보공유, 지하철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센터에 상황을 알려 276개 전 역에 상황을 신속 전파함으로써 실종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늦은 밤에도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라 차장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역사 내 실종자 발생 시 그들이 가족 또는 보호자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바탕으로 전 직원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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