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퇴사를 한 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개업 변호사이자 프리랜서 작가로 살면서 스스로 종종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온전히 주도하고 있는가'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질문을 자주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때는 다소 관성에 젖는 일이 필요했다. 매일 삶을 주도하는 마음으로 지옥철에 실려 회사에 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는 반쯤 포기하는 마음이 돼야 한다. 어쨌든 출퇴근을 하면 월급은 나오고, 경력이라는 것도 쌓이는 셈이니,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감각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퇴사 후에 가장 위험한 건 '관성'일 수 있겠다는 자각이 종종 든다. 하루하루를 관성에 젖어 살다 보면, 어느덧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적당히 해야지'라는 것으로는 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회사에서 미래를 고민하며 나아가는 건 경영자의 몫이다. 직원은 오늘 해야 할 일만 생각해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혼자가 된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이 자신의 경영자가 돼야 하고, 내 인생의 주인이자, 내 삶의 비전을 가진 존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실제로 내가 온전히 주도하고 있는 것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일을 '열정 넘치는' 상태로 할 수는 없을지라도, 큰 틀에서 내가 이 삶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회사 경영자가 자기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세상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도 내 삶의 방향성을 가늠하면서 갈 필요가 있다.
특히, 그런 ‘주도하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은 누군가가 제안해 준 원고 청탁, 강의 요청, 법적 자문 의뢰 등이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엄밀히 말해 ‘외부의 요청’에 따라야 하는 일이지, 내가 온전히 주도하는 일은 아니다. 홀로 선 1인 프리랜서 혹은 기업가라면, 그러한 요청 없이도 스스로 만들어 놓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내게는 그것이 ‘집필’이다. 나는 아무리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거나 법률 서면을 쓰느라 바쁘더라도, 삶을 길게 보고 나의 집필을 이어간다. 그러면 매년 한 두권의 책을 낼 수 있는 원고들이 쌓이게 된다. 이 흐름이 내 삶의 중심을 지켜준다. 즉, 내게는 ‘외부 요청’에 따라야 하는 일이 삶의 절반쯤이라면, 그와 무관하게 내가 스스로 이어가는 일이 절반쯤 있다. 내 삶을 근본에서부터 지켜주며 이어가게 하는 건 바로 후자의 일이다.
1인 기업가이자 작가인 폴 자비스는 '1인 기업'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당신이 1인 기업이라면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사업을 만드는 것에 마음을 두지, 다른 방식을 찾아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자기의 삶을 중심에 두고 살긴 어렵다. 오히려 출퇴근을 중심으로 한 회사의 스케줄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홀로 선 사람은 자기 삶을 중심으로 자기의 일을 만들어야 한다. 이건 근사한 자유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삶을 주도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퇴사와 홀로서기를 준비한다면 ‘주도성’이라는 감각을 기억하자. 홀로 선 삶을 지켜주는 건 삶을 주도한다는 감각, 그리고 실제로 내가 주도하는 일이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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