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의 뇌에 임플란트를 심어 술과 약물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실험이 영국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케임브리지·옥스퍼드·킹스칼리지 런던 대학의 의사와 연구자 그룹이 중독자의 갈망을 줄이고 자제력을 높이기 위해 뇌 심부 자극을 사용하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전기적 자극을 사용해 술과 약물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대 정신과 교수이자 이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인 발레리 분 교수는 "이 기술은 이미 파킨슨병, 우울증, 강박 장애의 일부를 통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며 "심장의 비정상적인 전기적 리듬을 안정화하기 위해 심박조율기(페이스메이커)를 사용하듯이 우리는 뇌 임플란트 이식을 통해 중독과 관련한 비정상적인 뇌 전기적 리듬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뇌 임플란트의 사용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이미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양한 질환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이를 장착하고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 뇌 임플란트가 환자 뇌의 운동 센터에 자극을 전달하고 떨림과 비자발적 움직임을 포함한 증상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여러 소규모 연구에서 해당 기술이 알코올 및 마약 중독자 치료에 확장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가디언은 영국에선 수십만 명이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약 4분의 1은 불안, 우울증 및 이와 관련된 다른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약물 중독 역시 심각한 문제인데, 치명적인 약물 중독의 거의 절반이 헤로인이나 모르핀 같은 아편류(오피오이드)와 관련이 있다.
분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코올이나 아편류에 심하게 중독되면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며 "그들의 갈망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까지 고통을 준다. 중독은 결코 개인적인 장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6명의 알코올 중독자와 6명의 오피오이드 중독자를 '브레인 페이서(Brain-Pacer·재발을 끝내기 위한 뇌 페이스메이커 중독 제어)'로 이름 붙은 실험 대상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실험 대상으로 선정되려면 최소 5년 이상 중독됐으며, 최소 3번 이상 재발을 겪은 이여야 한다. 또 이전에 통상적인 약물이나 심리 치료를 받은 경험도 필수다.
케임브리지의 애든브룩 병원과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에서 실시되는 이 실험의 참여 대상자는 뇌의 정확한 위치에 얇은 전극을 삽입하게 된다. 이는 보상, 동기 부여 및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 영역이다. 뇌 장치 삽입 후에는 전극을 가슴에 이식된 펄스 생성기에 연결하는데, 이 장치는 중독을 유발하는 신경 활동을 완화하는 전기적 자극을 전달하게 된다. 실험은 무작위로 진행돼 중독자의 뇌 활동이 기록되는 동안 전기 신호가 항상 켜지지는 않는다. 분 교수는 이러한 전기적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갈망을 감소시키고 자제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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