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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석진의 로앤비즈]폐업에 회생신청까지…재판 이기고도 속타는 피자헛 가맹점주들(上)
    입력 2025.03.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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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편집자주지난해 9월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가맹본부) 상대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2심에서 승소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폐업하는 가맹점 수는 계속 늘고 있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가맹점주들도 여럿 생겼다고 한다. 소송이 시작된 2020년 12월 이전과 이후 피자헛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맹점주들과 회사 측 얘기를 들어봤다.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소송 2심까지 승소한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회사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법원이 부당이득으로 인정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에게까지 법원 판결에 따라 차액가맹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던 회사가 돌연 태도를 바꿔 회생을 신청한 사실에 분노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낸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2심에서 1심이 인정한 반환금액(75억여원)보다 훨씬 큰 금액(210억원)을 회사가 점주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피자헛 점주들이 승소하자 여러 치킨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의 프렌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앞다퉈 소송을 냈다. 이처럼 피자헛 사건은 그동안 가맹본부들이 명확하게 항목과 금액을 공개하지 않아 점주들이 알 수 없었던 차액가맹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폐점돼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 피자헛 매장. 한국피자헛 가맹사업자 총연합회 제공
재판 참여 안 해도 주겠다더니 갑자기 회생 신청

그런데 정작 재판에서 이긴 피자헛 가맹점주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심 패소 직후부터 재판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에게도 원고로 참여한 가맹점주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차액가맹금을 반환해주겠다고 공언했던 회사가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2심 패소 후 불과 두 달 만이었다.

2022년 6월 3일 1심에서 패소한 뒤 회사는 ‘차액가맹금 소송 관련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며 김모 당시 영업본부장 명의로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가맹 본부는 개별 점주님들의 소송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 결과를 동일하게 적용할 것입니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소송에 대한 추가 참여보다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출시된 신제품을 통한 고객 만족과 여러분 비즈니스의 성장에 최선을 다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영업에 매진해주길 독려하기까지 했다.

소송에 원고로 직접 참여해 승소 판결을 받은 가맹점주들은 물론 회사의 이 같은 입장을 믿고 추가 소송을 내지 않았던 가맹점주들 역시 회사의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딱히 저지할 방법도 없었다. 회사 측은 법원에 변제해야 할 채무를 신고하면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도 채권자로 신고했다. 하지만 회생 인가 결정이 날 경우 한정적인 회생채무자의 재산에서 일정한 비율에 따라 여러 다른 회생채권자들과 함께 변제받게 될 가맹점주들은 앞서 법원이 인정한 반환 대상 차액가맹금과 이자의 합산액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은 별도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채권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2심 판결 선고 이후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가맹점주들과 회사 측은 상반된 얘기를 했다. 먼저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법원의 판결로 반환해야 할 차액가맹금 지급을 면할 목적으로 회생 신청을 했다고 보고 있다. 2심 판결문에 ‘1심 인정금액과 2심 추가 인정금액, 그리고 그에 대한 이자에 대해 가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가집행을 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탁을 했어야 되는데, 공탁을 하지 않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건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기 위한 면피책으로 기업회생 제도를 이용한 것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 가맹점주는 "부당이득금에 대해 가집행을 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들이 당연한 권리로 가집행을 한 것"이라며 "이 가집행 또는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강제집행정지 신청에 따른 해당 법원에서 정한 공탁인데, 공탁을 하지 않고 회생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생 신청으로 소송과 관계없이 2억원에서 4억원까지 투자해서 가맹사업을 하는 가맹점의 재산권을 일시에 다 날려 먹게 됐다"고 했다.

이에 반해 회사 측은 기업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도록 가맹점주들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가압류를 신청해 회사 계좌가 동결되면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돼 회생 신청 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피자헛 측은 "한국피자헛 가맹본부가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소송 중인 가맹점주들의 가맹본부 계좌 및 협력사 채권압류 등으로 인해 가맹점에 정상적인 원재료를 공급할 수 없는 등 회사의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라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을 포함해서 피자헛 전체 가맹점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고 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2심 승소 판결이 나온 뒤 회사를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피자헛 가맹사업자 총연합회 관계자는 "2심 판결이 난 뒤 현금 공탁금액은 있는데 보증보험분이 어렵다는 얘기를 본사 법무팀으로부터 전달받고 보증보험을 뺀 현금만 에스크로에 넣어두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며 "그런데도 본사는 모든 금액을 CMA계좌로 빼돌렸고 위 금액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집행도 직영점 60개 매장에서 나온 카드대금 일부인 약 13억원을 강제집행하게 된 것이며 본사의 공탁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폐업으로 가맹점 수 급감…4년 전보다 100개 줄어

가맹점주들과 회사가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국내 피자헛 가맹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소 제기 직후인 2024년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60개 정도의 직영매장을 제외하고도 340개에 달했던 가맹점 수는 현재 240개까지 줄어들었다. 재판이 진행된 4년 사이 100개 매장이 폐업한 셈이다.

실제 소송 진행 중 폐업한 전 피자헛 가맹점주 A씨는 "장사가 안되는 건 아직 옆 매장이 문을 닫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점주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 악화로 인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가맹점주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피자헛 매장의 매출이 계속 줄어든 배경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지나치게 많은 할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했고, 가맹점주들로부터 받는 로열티(매출 대비 상표 사용료)나 차액가맹금을 신제품 개발이나 신선한 재료 공급 등에 재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자헛은 다른 국내 프렌차이즈들과 달리 가맹금 외에 가맹점 총수입의 6%를 로열티로, 5%를 광고비 명목으로 각각 따로 받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다른 피자 회사와 비교해서 피자헛 광고를 TV에서 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회사에서는 SNS 등을 통해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광고비를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회사 측은 가맹점주들로부터 받는 광고비 등은 각각의 명목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본부는 마케팅 비용 5%를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도 가맹점과 동일하게 광고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전체 매장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본부의 자체 운영자금으로도 마케팅 비용으로 추가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분들이 본사를 방문해 사용 내역을 문의할 시에는 모두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폐점된 매장이 있던 지역의 영업과 관련 가맹점주들은 "거의 대부분 본사 직영점이 흡수해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회사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차액가맹금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한국피자헛 가맹사업자 총연합회 제공
실질 사주 김광호 엑시트 움직임…"회사, 한국 본사 책임 있는 태도 보여주길"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애초 약속한 대로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동안 부당하게 받아 간 차액가맹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액가맹금 소송이나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 본사(YUM)도 브랜드의 가치 보호와 가맹점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한국피자헛 가맹사업자 총연합회 관계자는 "2024년 항소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회사는 계속 차액가맹금을 받아 갔고, 현재까지도 법원이 부당이득이라고 인정한 차액가맹금을 계속 받아 가고 있다"며 "기업회생 신청으로 부당하게 받아 간 차액가맹금을 반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본사의 이익을 위해 가맹점의 피해를 계속 유발하는 무책임한 기업 행태"라고 했다.

이어 "사용권을 계약한 한국피자헛의 마스트 프랜차이즈 계약이 2027년 9월까지로 계속적인 기업 활동이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향후 10년 동안의 회생계획안으로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것은 실질 사주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기업회생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피자헛의 실질적 사주인 김광호 케이에이치아이(KHI) 회장이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려 하기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한 뒤 엑시트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피자헛은 2017년 오차드원(ORCHARD ONE)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오차드원은 김 회장의 딸 김유나씨가 대표이사로, 김 회장이 사내이사로 각각 등재돼 있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2020년 차액가맹금 소송이 시작된 이듬해인 2021년 피자헛 100% 지분을 가진 오차드원의 자본금을 40억원에서 1억원으로 감액했다. 또 지난해 9월 2심에서 패소한 지 한 달 뒤에는 김 회장과 딸 김 대표가 동시에 법인에서 사임했다.

M&A 전문가로 알려진 김 회장이 운영하는 KHI그룹은 2021년 연합자산관리와 함께 케이조선을 2500억원에 인수한 뒤 인수 3년 만인 지난해 말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회사 '유암코 SPC(특수목적법인)'로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또 2022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SG 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약 2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대한조선의 상장을 준비 중인데, 업계에서는 몸값이 1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회사 측은 "회생 절차 진행은 원고 측이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과 관련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법원의 감독하에 회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이다"라며 "한국피자헛은 가맹본부 경영을 정상화하고 가맹점주와 함께 가맹점 수익 개선에 나섬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대법원에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 관한 당사의 입장을 다시 한번 소명해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을 받아 그에 대한 당사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물품을 공급하고 받는 대가에서 적정 도매가격을 뺀 차액, 즉 유통 마진을 뜻한다. 물류 마진이라고도 한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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