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서울의 한 민영 주차장 관리인인 A씨(60)는 요즘 아침마다 반려동물 배설물을 치우는 것이 일과가 됐다. 두 달여 전부터 누군가 날이 어두워진 때 반려동물 배설물을 상습적으로 방치해두고 가는 탓이다. 단속을 강화해 달라며 구청에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적발할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A씨는 “무심코 길을 걷다 배설물을 밟고 신발을 씻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주차장 이용객이 불만을 표시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크게 늘면서, 버려진 동물 배설물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낮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선 반려동물 배변봉투를 잘 들고 다니다가도 인적이 드문 밤이 되면 배변을 치우지 않고 가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반려동물 배설물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수질·토양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 배설물 79개를 분석한 결과, 이중 10개에서 기생충이, 21개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됐다. 2004년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반려동물 배설물에 있는 기생충에 감염돼 시력을 잃은 일도 있었다.
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 배설물을 무단 방치하면 최대 5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1차 위반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한강공원 등 일부 공원의 경우 7만원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단속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누군가 상습 투기범을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해 검거가 이뤄져야 과태료가 매겨진다”며 “목격자가 있어도 끝까지 발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반려동물 배설물 미조치 관련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20년 18건, 2022년 10건, 2024년 10건 이었다. 서울시에 등록된 반려동물이 61만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침마다 서울숲 산책을 한다는 김학영씨(72)는 “개 배설물을 밟을까 되도록 길 가장자리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며 “단속이 어려우면 과태료라도 대폭 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과태료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프랑스 일부 도시에선 237유로(약 3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미국 뉴욕은 최대 250달러(약 36만원)를 물린다. 하지만 프랑스나 뉴욕에 갔다가 공원에 널린 배설물 때문에 봉변당했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태료'나 '단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반려동물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펫티켓(반려동물 에티켓) 문화 조성을 통해 시민의식을 높여아 한다”며 “처벌 강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아 한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려동물과 외출시에는 반드시 배변봉투, 장갑 등을 챙겨 다녀야 한다는 홍보활동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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