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 상가 건물 앞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한 시민이 건물 내 식당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껐다가 '소화기를 물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져 공분이 일고 있다. 해당 사연을 전한 소방관은 "의인을 잃었다"며 씁쓸해했다.

현직 소방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백경(필명) 씨는 지난 1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최근 소방서에 걸려 온 한 시민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유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인근 상가 앞에서 난 불을 끈 행인 A씨였다.

당시 쓰레기가 쌓여있던 전봇대 주변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불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잡혔다. 화재를 발견한 A씨가 기지를 발휘해 건물 1층 식당에 비치돼 있던 소화기로 초기 진압을 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소화기 값을 물어내라'는 요구였다. 백씨는 A씨가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식당 사장님이 소화기를 물어내라고 했다"며 "진짜 물어내 줘야 하는 거냐", "소화기는 어디서 사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인터넷에 ABC 소화기 검색하면 나오긴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바람이 불어서 불이 상가 건물로 옮겨붙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식당 사장은 쓸모를 다 한 소화기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라며 "선의를 베푼 이에게 돌아간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영수증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A씨가 "다시는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말을 남겼다며 "세상은 그렇게 또 의인을 한 명 잃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도와주니 봇짐 내놓으라는 격이다", "보답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은혜를 모른다", "상가나 밀집 구역의 영업장소 내 소화기 배치는 필수고 주변 화재 발생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법으로 규정해 놓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에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줘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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