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여야 의원, 주미대사관 국감서 서로 다른 방법론 제시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박성민 특파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핵 위협 대응 방법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은 수십년간의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사실상 실패한 만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미군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도출한 '북핵 도발 시 미국 핵전력 자산 운용'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이후 30년이 지나 돌아보니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은 오판이었음이 증명됐다"며 "그동안 돈은 다 소비하고 결국 북한에 속은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를 삭제한 점, 최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을 거론, "그런 면에서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우리 국민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71.4%였다"며 "주미대사관은 공식 정부 입장과 달리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밑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인요한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안하니까 여론이 70% 정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한국이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거론했다.
인 의원은 "일본은 플루토늄을 마음대로 농축한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몇 톤을 갖고 있고, 몇 천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미국하고 동맹이고 6·25전쟁도 같이 치렀는데 이 형평성이 이해가 안 된다. 미국 사람들 만나면 이걸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NCG 협의 결과로 지난 7월 한미 정상이 채택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의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공동지침)과 관련, "우리의 재래식 자산을 미국과 통합해 운영한다는 점이 부각됐는데 과연 미국의 핵 자산 운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만큼 보이스(목소리)를 갖게 됐는지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위 의원은 이어 미국이 핵 자산 운용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잘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협의를 심화하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가 처한 북핵 위협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확장 억제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좀 더 가시적 진전이 있었어야 북핵 억제뿐 아니라 국내 핵무장론 통제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기존 한미 간 합의보다) 조금 더 가야 한다. 미국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의 극악한 핵전략이나 국내 핵무장론의 통제가 불가능해지면 확장억제나 NCG를 통해 감당을 못할 수도 있다"며 초기에 철저하게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갖고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몇 차례에 걸쳐서 핵무장 비슷한 얘기를 시사한 적도 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한 언행을 한 적이 있다. 여권은 상당수가 핵무장론에 동조 내지 지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한미 간의 잠재적인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기보다는 핵무장론과 확실히 선을 긋고, 한미간 신뢰를 두텁게 하고, 확장억제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이 문제라는 비판도 내놓았다.
조정식 의원은 "북러문제에서 미국이 대선 이후에 (이 문제에) 나서게 될 경우 우리가 무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금까지 대북 강경 일변도로 가면서 독자적 협상 여지가 거의 봉쇄된 상황이어서 대북, 북미, 러북 문제에 있어서 패싱 가능성이 있어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북한이 이날 '한국이 평양에 대북 전단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NCG를 통해 핵확산 억제에 최대 노력을 기하지만, 그 사이에 티끌 같은 긴장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민간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보내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긴장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한미 전문가 및 정치권에서 그런 목소리가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워싱턴 선언이나 NCG 통해 확장억제를 구체적,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정부의) 취지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의 북핵 위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미국의 핵 자산 운용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의 공동지침은 최종 종착점은 아니다. NCG 협의는 계속되고 있고, 1차 가이드라인에 공개되지 않은 협의 내용도 많다"면서 "NCG 활동이 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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