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 보도 "2000년대 적극적이었던 무역투자 최근 급속 감소"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과 쿠바와의 관계가 공산권 국가라는 정치적 유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약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쿠바의 경제 붕괴가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를 손상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쿠바는 미주 지역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이자 서양 국가 중 중국을 최초로 인정한 국가로, 중국은 쿠바를 "좋은 형제, 좋은 동지, 좋은 친구"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중국과 전체 라틴 아메리카의 무역 성장세와 비교해 중국-쿠바 간 양자 무역은 최근 몇 년간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FT는 짚었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무역은 10배 이상 성장한 데 반해 쿠바의 중국 상품 수입액은 2017년 17억달러(2조천억원)에서 2022년 11억달러(약 1조5천억원)로 감소했다.
양국은 쿠바에 대한 중국 투자와 관련된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쿠바 경제학자 오마르 에벌리니는 "2005∼2020년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 1천600억달러(약 217조원)를 투자했다"면서 "이 가운데 쿠바에 대한 투자는 우스울 정도로 작은 비중"이라고 말했다.
쿠바와 거래하는 한 해외 사업가는 화웨이와 위퉁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쿠바에 수억 달러씩 빌려줬다고 말했다.
쿠바는 원자재가 부족하고 경제 생산성이 낮은 데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제재 강화로 지급 연체 및 신용도 하락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요 산업이었던 설탕 생산량 역시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수요 충족에도 부족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로 인해 연간 40만t의 설탕을 중국에 수출하려던 양국 간 계약도 파기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전직 정보관리인 풀틴 암스트롱은 "중국은 (더 이상) 쿠바의 슈가 대디(sugar daddy)가 아니다"라면서 "양국은 상대국에 전략적 관계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슈가 대디는 돈줄 혹은 후원자를 뜻하는 용어로, 젊은 여성으로부터 성적 대가를 받고 큰돈이나 선물을 하는 중년 남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쿠바는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각국과 맺고 있는 최상위 수준의 양자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베네수엘라 등과 '전면적(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데, 여기에 쿠바는 포함되지 않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쿠바 스스로 경제 발전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적으로는 계획 경제에서 중국 모델에 가까운 경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런 점에서 쿠바 지도부가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시장 중심의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데 대해 중국 관리들은 당혹감과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들어 양국 간 경제·무역·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중국 기업들이 쿠바에 앞다퉈 진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쿠바의 버스, 가전제품, 통신 인프라의 대부분을 점유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쿠바는 2018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으로부터 의료 장비 등을 챙기기도 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윌리엄 레오그란데 교수는 "중국인들은 많은 자선을 베풀지 않는다"며 "쿠바인들은 자선이 필요하지만, 그 보답으로 (중국에) 줄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러시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관계를 쿠바와 맺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중국이 쿠바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자국을 겨냥한 스파이 작전을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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