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문학부터 미술, 음악까지…다재다능한 '종합예술가' 한강
    김경윤 기자
    입력 2024.10.14 14:10
    0

2018년 美 카네기 인터내셔널에 '작별하지 않는다' 비디오아트 전시

2007년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선보여…평론가 "맑은 멜로디, 울림 있는 가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김경윤 기자 =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54) 작가는 소설가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사실 미술가와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한 종합 예술가다.

14일 한강의 작업물과 이력을 모아놓은 영문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비디오 아트, 노래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창작물을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한강의 비디오 아트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미술 창작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8년 제57회 미국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전시한 비디오 아트 '작별하지 않는다'(I Do Not Bid Farewell)다.

총 18분 40초 분량의 이 비디오에는 흰 천을 들고 눈 덮인 숲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 전시에서 한강은 영화감독 겸 미술작가 임흥순과의 협업작 '꿈의 대화'(Dialogue of Dreams)도 선보였다.

카네기 인터내셔널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주요 미술 전시회로, 주최 측이 먼저 두 작가의 공동 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6년에는 국내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차미혜 작가와 함께 '소실.점' 전시를 열었다.

'배내옷', '돌·소금·얼음', '밀봉', '걸음 등 4개의 퍼포먼스 영상을 엮은 전시로,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위한 옷을 만들고, 씻고, 다하지 못한 말을 가두고, 시간을 견디며 걷는 행위를 표현했다.

한강의 예술 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2016년 배내옷과 소금, 눈, 달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한 65편의 글을 묶은 소설 '흰'을 출간했고, 같은 해 전시 '소실.점'에서 '흰'을 주제로 배내옷을 짓는 영상 작업 등을 선보였다.

또 2018년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비디오아트 '작별하지 않는다'는 3년 뒤 출간한 제주 4·3을 다룬 소설의 제목이 됐다.

한강은 자신처럼 문학과 미술을 넘나든 선배 작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2012년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면서 석사 논문으로 '이상(李箱)의 회화와 문학세계'를 제출했다. 천재 시인이라고 불리는 이상의 회화 작품들을 분석해 문학과의 상호 연관성을 연구한 것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동일한 창작자가 창작한 회화와 문학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고 볼 때, 이를 발견하는 일은 창작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강 노래 담은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은 2007년 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통해 직접 작사, 작곡, 가창까지 해내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이 산문집에 함께 수록된 CD에는 '12월 이야기', '내 눈을 봐요', '나무는', '새벽의 노래',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가만가만, 노래' 등 한강이 직접 만들고 부른 10곡이 담겼다.

한강은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랫말과 선율들을 가사를 적고 계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한 곡 두 곡 노래를 만들었다.

한강은 특별한 기교 없이 소박하게 부른 이들 노래로 듣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그는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모든 걸 버렸다 해도 / 위안받지 못한다 해도 / 당신은 여기 / 이제야 살아야 할 시간 / 살아야 할 시간'(안녕이라 말했다 해도)이라며 누군가의 삶을 위로했다. 또 '살아 있다는 건 뭘까 / 살아간다는 건 뭘까/ 대답할 필요 없네 / 저 푸른 불꽃처럼'(새벽의 노래)이라며 인생의 의미를 파고들었다.

손뼉 치는 한강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2016 광주비엔날레포럼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강의 이 노래들은 민중가요 느낌도 있고, 샹송 혹은 슈베르트의 가곡 같기도 하다"며 "자연스러운 음계의 음을 사용한 멜로디가 굉장히 순정(純正)하고 맑다"고 평가했다.

임 평론가는 한강이 가사에서는 노래가 '들리는 언어'인 점을 충분히 고려해 청자에게 잘 들리게끔 의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무는' 같은 노래는 가사의 울림이 상당하다. '우듬지 잔가지 잎사귀 거기'라는 부분은 운율감이 상당히 좋고 가사로서 완성도도 높다"며 "'내 실핏줄 검게 다 마르기 전에 / 그 푸른 입술 열어'라는 표현 등은 상당히 문학적"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021년 인터뷰에서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며 "아주 조용한 상태에서도 (글을) 다듬어 보고, 어떤 때는 귀가 떨어질 것처럼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제가 쓰는 글이 고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감각 속에서 (글을) 고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할 당시 뮤지션 조동익의 2집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강은 조동익의 동생인 조동희의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에 추천사를 쓴 인연도 있다.

조동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체에서 선생님(한강)의 기사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조동익의 '푸른 베개'(2집) 앨범이 자주 나오길래 정작 이 소식을 모를, 제주 섬 같은 방에서 작업하고 계시는 동익 오빠에게 알려드렸더니 '정말 기쁘다'라고 좋아했다"며 "상을 떠나서, 누군가의 한 세계 속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은 음악가들의 행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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